[사설] 가계는 쪼그라들고 기업만 배불렸다는 GNI 통계 오독

입력 2015. 10. 5. 18:19 수정 2015. 10. 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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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GNI(국민총소득) 대비 기업소득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1위인데 GDP(국내총생산) 대비 법인세 비중은 5위에 그쳐 법인세를 못 올릴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원석 정의당 국회의원이 어제 배포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0년 GNI 대비 기업소득 비중이 17.63%로 OECD 평균(17.64%)이었지만 2009~2013년 5년간 연평균 25.19%로 OECD 평균(18.21%)을 7%포인트가량 웃돌았다. 반면 개인소득 비중은 2000년 67.9%에서 2013년 61.2%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가계는 쪼그라들고 기업만 배를 불렸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물론 통계숫자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소득보다 기업소득이 더 빨리 늘어난 것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들에 공통된 현상이다. 한국이 그 폭과 속도가 두드러진 것은 ‘간판기업’들의 세계시장 지배력 확대에 주된 원인이 있다. 주로 해외에서 버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임금이나 자영업 소득 증가율보다 높고 가계의 순이자소득도 크게 줄어든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가계와 기업의 재무구조 변화, 자영업과 법인의 경쟁력 격차인 셈이다. 이를 두고 기업이 개인 몫을 빼앗은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통계 착시도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급성장하며 전체 파이를 키운 것은 간과한 채 GNI의 단면만 본 탓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2000년 7조원대에서 2009년 11조원, 2013년 36조원대로 급증했다. 이런 속도로 임금을 올리기란 세계 어디서도 불가능하다. 분배가 미흡하다기보다 간판기업들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는 얘기다.

문제는 잘못 읽은 통계로 정책이나 법을 만들 때다. 박 의원은 기업소득에 비해 법인세 비중이 낮은 편인데도 정부가 법인세 인상을 막기 위해 높은 기업소득 비중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조차 고전 중이다. GNI에서 기업소득 비중이 낮아지면 그땐 법인세를 내리자고 할 텐가. 이젠 GNI 통계까지 억지로 꿰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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