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회 독재'가 민주주의 파괴한다

2015. 5. 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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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권분립 뒤흔드는 입법 권력

대한민국 ‘의회 독재’의 폭주다. 무소불위의 입법부 전횡이 이젠 행정부의 고유한 법집행 권한까지 뺏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묻어간 뚱딴지 같은 국회법 개정이 그것이다. 행정입법(대통령령·총리령·부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권을 강제화한 이 ‘엉터리 법’은 근대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뒤흔들고 있다. 국회의 폭거요, 법치의 무시다. 제재라고는 일절 없는 의회 권력이 견제와 균형의 국가지배구조를 파괴하며 제멋대로 폭주하고 있다.

대통령은 행정권 침해한 개정 국회법 거부해야

정부의 행정 법규가 공무원연금 개편과 관련될 게 있을 리 없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한다며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까지 끌어들였다가 국민적 비판에 직면하자, 생트집을 잡았던 것뿐이다. 개혁이라고 말할 것도 못 되는 공무원연금 개편안 처리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에다 법인세 인상까지 연계시켰고, 이것이 무위로 끝나자 결국 세월호법 시행령을 바꾸라는 엉뚱한 요구를 끌어들였다. 개념 없는 새누리당은 이를 받아들였다. 세월호법 시행령에 따라 가동되는 세월호조사특위의 조사1과장에 검찰수사관(서기관)의 임명을 저지하려는 야당의 의도에 끌려들어간 것이다.

행정입법의 상위법 위반여부 판단은 대법원이 한다. 헌법(107조)에 정해진 삼권분립의 주요한 장치다. 이미 국회법(98조)에는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이 상위 법률의 취지와 맞지 않으면 해당 행정기관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하고 처리계획을 보고받는 권한이 있다. 그런데 이를 강제 의무규정으로 바꿔버렸다. 국회가 시행령을 고치라면 무조건 바꿔야 한다니, 이런 의회 폭력, 의회 독재가 없다. 행정부를 단지 국회의 하수인으로 부리겠다는 심보다. 기껏 4급직 수사관의 임명을 막겠다는 의도로, 민주국가의 기본 틀을 흔드는 이런 행태가 참으로 놀랍다. 이런 엉터리 국회법 개정은 대통령이 당연히 거부권을 행사해 막아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국회가 방망이를 두드리기만 하면 무엇이든 제맘대로 할 수 있다는 오도된 입법권에 있다. ‘남양유업 밀어내기 판매’가 큰 뉴스일 때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바로 공정거래법을 바꾸고, 골목상권이 어렵다는 이유로 유통산업발전법을 바꿔버린 국회다. 중소기업이 어려운 게 오로지 대기업 때문이라며 출자총액규제법과 일감몰아주기 과세법도 제정했다. 그렇게 뚝딱뚝딱 만든 의원 입법이 19대에만 1만3712건으로 역대 최다다.

과도한 복지 체계로 경제성장이 멈추고 나라가 늙어간다는 비판도 입법만능의 국회가 책임져야 한다. 모두 포퓰리즘 입법의 결과다. 정부입법에 비해 의원입법은 법제정 자체가 쉽다. 정부 입법은 공청회절차 등을 거치지만 의원입법은 이런 절차도 없다. 쉽게 만들어지니 ‘날림 법안’은 그저 여야 간 흥정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새정치연합은 문형표 장관 해임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며 경제활성화에 시급한 법안 등 54개를 한꺼번에 저지하고 나섰다. 그러더니 엊그제 새벽 문제의 국회법 개정에 새누리당이 동의하자 사흘 만에 59개 법안처리에 동의했다.

진짜 개혁해야 할 곳은 바로 폭주 국회다

과반수 의결 원칙을 무시한 국회선진화법은 야당에 입법권을 나눠줘 결국 소수 정당의 독재를 허용했다. 국회에 교두보만 구축하면 소수파에도 입법권을 보장해주는 게 끼리끼리 나눠먹는 삼류 한국 정치다.

이런 입법부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물론 국회가 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유권자인 국민이 적극 나서고 여론의 압박이 있어야 한다. 같은 대통령제지만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사안은 아예 입법권 자체를 제한하는 프랑스처럼 가야 한다. 일탈 국회가 더 이상 독주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발전도, 자유와 번영도 없다. 한국 의회민주주의의 위기다. 지금 가장 먼저 개혁해야 할 곳은 바로 국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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