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금피크제, 지침 아닌 법으로 만들어라

입력 2015. 5. 28. 20:41 수정 2015. 5.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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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어제 열려고 했던 민간기업 임금피크제 확산을 위한 공청회가 노동계의 회의장 점거로 30여분 만에 무산됐다. 예상했던 일이다. 고용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노조의 동의가 없더라도 경영진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변경 지침’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이 지침은 내년부터 시행될 정년 60세 의무화와 관련해 임금피크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고용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임금피크제는 사실상 임금을 삭감하는 것으로 근로자 절반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며 실력 행사까지 해가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가 2013년 정년을 60세로 늘리는 정년연장법을 입법할 당시 임금피크제와 같은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법안부터 통과시킨 게 화근이었다. 당장 내년부터 대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지만, 현재 60세 정년 실시 기업은 전체의 절반가량이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도 13%에 불과하다. 60세 정년이 90%를 넘을 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충분히 성숙했을 때 정년연장법을 임금피크제와 함께 도입한 이웃 일본과 너무 대비된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태도다. 물론 관련법을 제정해 임금피크제를 현실화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침’이라도 만들어 공론화시켜보려는 정부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통상임금 소동에서 보았듯이 법적 강제성도, 실질적 효과도 없는 게 이런 지침이다. 장차 지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가 소송으로 간다면 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지침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문제를 더 꼬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는 2년 전 국회에서 정년연장 법안을 만들 때 임금피크제 의무화를 어떻게든 법안에 포함시켰어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니 이제 와서 뒷북 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관련 법을 개정해 임금피크제 조항을 의무화하는 게 옳다. 그런 정공법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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