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이냐 미국이냐, 길을 잃은 한국 외교

2015. 1. 3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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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에는 아직 쟁점이 남아 있다. 최대한 빨리 해야겠지만 언제가 될지 시점을 특정하긴 힘들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국 방문 중 특파원단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정부가 한·중 FTA에 합의했다고 발표한 것은 작년 11월10일 한·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2시간 전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쟁점이 남았다고 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체 무엇에 대해 시진핑과 합의서를 교환했다는 것인가.

결국 1월 중 가서명 얘기는 공언(空言)이 되고 말았다. '중국 측에서 시간이 더 필요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그 이유가 뭔지 정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지금은 중국은 느긋한데 오히려 우리가 안달이 났다. 한국을 FTA라는 고리로 묶는 데 일단 성공한 중국으로선 '화장실 왕서방'이 되고 말았다.

반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오는 3월이면 잠정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중 FTA 합의 후 뒤늦게 TPP 협상에 참여해 보려고 미국에 타진했지만 돌아온 답은 협상이 다 끝난 다음에나 들어오라는 것이었다. 결국 한·중 FTA에서는 중국에 당하고, TPP에서는 미국에 소박맞은 꼴이 되고 말았다.

FTA만이 아니다. 한국의 외교정책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누차 한국의 진로와 동북아 평화는 한·미 간 혈맹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최근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을 드러내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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