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냐 세금이냐, 길을 잃은 대한민국

2015. 1. 31.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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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없는 복지,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잘못 끼운 단추였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도그마에 빠져 복지도, 세금도 길을 잃고 말았다. 역대 정부 최초라고 자랑했던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실천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일명 공약가계부)'은 2년 만에 파탄 지경이다. 오히려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신뢰 있는 정부'라는 슬로건에 또다시 발목이 잡힐 판이다.

정부는 2013년 5월 공약가계부를 내놓으면서 5년간 복지 등 140개 국정과제 실천을 위해 134조8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세입 확충으로 50조7000억원, 세출 절감으로 84조10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거꾸로 세입은 줄고 세출은 눈덩이다. 국세 수입은 2년간 약 20조원 펑크 났다. 소득세 개편 논란, 연말정산 파동을 겪으며 정부는 더 이상 조세저항을 거스를 의지도, 무마할 능력도 잃고 말았다.

세입 확충 방안도 모두 삐걱거리고 있다. 작년에 일몰을 맞은 비과세·감면 중 87%가 시한이 연장됐다. 지하경제 양성화는 이제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5만원권 회수율이 2012년 61.7%에서 지난해 29.7%로 반토막 났다. '지하경제 활성화'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경제활성화로 전환하면서 세출 절감도 관료들의 금기어가 됐다. 거꾸로 확장 예산을 짜고 있는 마당이다. 작년에 못 줄인 세출과 올해 절감 목표(18조7000억원)를 합쳐 22조원 이상을 무슨 수로 줄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공약가계부의 총체적 파산이다. 그럼에도 기획재정부 관료들은 135조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아직도 들이민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그러니 월급쟁이 유리알지갑을 털고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세를 올린다는 식의 꼼수만 난무하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는 처음부터 가능하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복지를 줄이든지, 세금을 늘리든지. 포퓰리즘 정치는 복지 축소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세제개편도, 건보료 개혁도 못 하는 정부다. 결국 빚 내서 흥청망청했던 그리스행 급행열차를 타는 길 외에 증세 없는 복지를 달성할 방법은 없다. 고해성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복지냐, 세금이냐 대한민국이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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