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겉도는 구조조정, 뒷감당 어쩌려나

2016. 10. 2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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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빅3 체제 현상 유지.. 국정혼란 속 정부도 방치

조선 빅3 체제 현상 유지.. 국정혼란 속 정부도 방치

산업 구조조정이 겉돌고 있다. 철강.석유화학 구조조정은 흐지부지 끝났다. 오는 31일 발표 예정인 '조선.해운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도 수박 겉핥기에 그칠 모양이다. 핵심은 조선 빅3, 그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다. 하지만 유일호 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은 기존 빅3 체제를 흔들지 않기로 방향을 잡았다. 결국 철강.유화에 이어 조선.해운업 구조조정도 현상유지로 끝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거면 뭣하러 비싼 돈 써가며 컨설팅까지 받았는지 모르겠다. 업종별로 맥킨지.보스턴.베인앤컴퍼니가 제시한 해법은 싸그리 무시당했다. 정부는 컨센서스(합의)를 앞세워 용역 결과를 뭉갰다. 예컨대 맥킨지는 대우조선의 독자 생존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무거운 짐을 2018년 출범할 차기 정권에 떠넘기기로 작정한 듯하다.

구조조정은 원칙 준수가 중요하다. 워낙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일호 경제팀은 원칙을 지킬 능력도, 의사도 없어 보인다. 미국은 시장 주도형 구조조정이 대세다. 기업이 망하면 법에 따라 파산절차를 밟는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정부가 끼어든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는 금융위기 직후 제너럴모터스(GM)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손을 털고 나왔다. 분식회계가 적발된 부실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우리 역시 겉으론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우조선에 대한 4조2000억원 지원 결정은 정부 당국자 회의에서 나왔다. 대우조선은 무려 16년째 산업은행 자회사로 연명하고 있다. 말은 시장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뒤에선 정부가 다 주무른다. 이러니 부실기업을 처리할 때마다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다.

지금은 정부든, 기업이든, 채권단이든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정부가 일체의 구조조정을 주도하겠다고 공개 선언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그러면 최소한 책임감이라도 생기기 때문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정국 혼란 속에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영악한 공무원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냥 뒀단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하염없이 뒤로 미뤄질 것 같다. 구조조정은 제 손에 피를 묻히는 작업이다. 불행히도 '나이스 가이' 유 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그럴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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