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브렉시트 대응, 대미 통화스와프가 최선

2016. 6.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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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때 버팀목 역할.. 펀터멘털 자만해선 안돼

금융위기때 버팀목 역할.. 펀터멘털 자만해선 안돼

브렉시트 후폭풍이 예상보다 크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날(한국시간 24일) 세계 증시에서 2조5000억달러가 날아갔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규모다. 그중에는 코스피.코스닥에서 빠진 돈도 있다. 파장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영국에선 투표를 다시 하자는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EU 측은 "떠날 테면 빨리 떠나라"고 영국을 압박했다.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선 탈퇴파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한마디로 브렉시트 이후 상황은 대혼란이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브렉시트로 국제 금융시장은 럭비공이 됐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방향을 모를 때 투자자들은 일단 돈을 회수한다. 지금 바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거물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25일 한 기고문에서 "EU가 무질서한 분열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렉시트가 실물경제에 끼칠 악영향이 2008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현 상황은 8년 전보다 더 나쁘다. 금융위기가 터졌을 땐 전 세계가 똘똘 뭉쳤다.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금리를 내리고 시장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다. 하지만 지금은 각자도생이다. 미국은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중국은 내수위주 성장 전략으로 돌아섰다. 일본은 아베노믹스가 죽을 쑤는 가운데 브렉시트 불똥까지 튀었다. 다 제 코가 석자다. 공조는 물 건너갔다. 제 앞길은 제가 가릴 수밖에 없다.

위기 땐 선진국과 신흥국의 운명이 뚜렷이 갈린다. 선진국들은 평소 신흥국에 투자한 돈을 회수한다. 이렇듯 외국자본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것을 서든스톱(Sudden Stop)이라고 한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 때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들이 이 덫에 걸려 허우적댔다. 지금 신흥국들엔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에서 풀린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다. 브렉시트는 서든스톱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특히 '현금자동입출금기(ATM)'란 별명이 붙을 만큼 자본시장을 활짝 연 한국은 자본 회수가 수월한 시장이다.

자본 유출 우려가 나올 때마다 정부는 튼튼한 펀더멘털을 내세운다. 경상수지 흑자, 건전한 재정, 충분한 외환보유액만 보면 분명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을 만큼 펀더멘털이 튼튼한 나라다. 그러나 대형위기가 닥치면 신흥국들은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바로 외환위기 때 그렇게 당했고, 금융위기 때도 당할 뻔했다.

금융위기 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맺은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버팀목이 됐다. 이 협정은 2010년 2월에 종료됐다. 현재 한국은 중국과 수백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맺고 있으나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은 아직 달러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 위기 땐 역시 달러 통화스와프가 최고다. 몇 달 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미 통화스와프 재개에 긍정적인 뜻을 밝혔다.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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