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중금리 대출 활성화 뜻은 좋지만

입력 2016. 6. 2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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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銀에 억지로 떠맡긴 격.. 인터넷은행에 역할 맡겨야

시중銀에 억지로 떠맡긴 격.. 인터넷은행에 역할 맡겨야

다음 달 초 중신용(4~7등급) 서민을 대상으로 한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상품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금리단층' 해소를 위해 서울보증보험과 9개 은행이 협약을 맺고 다음 달 5일부터 '사잇돌 중금리대출'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은행이 서울보증에 평균 4%의 보험료를 내면 부실대출이 발생했을 때 서울보증이 원금을 보전해주는 구조다.

이번 중금리 상품은 금융서민에게는 '가뭄 속 단비' 격이다. 신용 4~7등급 중신용자만 2000만명 가까이 된다. 그동안 저소득 서민은 기준금리 1.25%의 사상 최저금리 속에서도 혜택은커녕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의 고금리 대출로 내몰렸다. 자산 1조원이 넘는 대형 저축은행 12곳 중 절반이 가계 신용대출의 70% 이상을 법정 최고금리로 대출했다는 통계도 있다. '금리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금리 대출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우려하던 부분이 하나도 개선된 게 없기 때문이다. 억지 춘향식으로 졸속 추진된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우선 시중은행의 중신용 대출 신용평가모형은 여전히 미흡하다. 금융당국이 정해 놓은 시한에 맞춰 상품부터 내놓은 느낌이다. 신발끈도 묶지 않고 달리는 모양새다. 데이터.경험.노하우를 축적한 카드.캐피털사와 연계방안도 무산됐다. 그러니 결국 서울보증이 등장했다.

은행이 공급하는 대출상품을 서울보증이 보증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가 많다. 이번 대출상품은 금융사고가 나면 보험금이 보험료 수익의 15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은행이 추가 보험료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손실 분담을 통해 은행의 대출 남용을 막자는 취지이지만 보험의 기본원리에 비춰 봤을 때 적절치 않다. 교통사고 손실이 크다고 해서 보험회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손실을 나누자는 격이니 말이다.

중금리 대출은 은행과 보증보험사 모두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초기에는 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소규모로 조심스럽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금융당국도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 된다. 중금리 대출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수익이 나면 금융당국이 관여하지 않아도 시장은 커진다. 무엇보다 정부는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서둘러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은행법 개정안이 무산됐지만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강석진.김용태 의원이 은행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은행이 신용등급 평가모델과 첨단 심사기법을 개발해 중금리 대출 활성화의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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