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부처간 칸막이에 갇힌 미세먼지 대책

2016. 5. 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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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회의 취소.. 일정도 미정, 원인 파악 못한채 갈팡질팡

차관회의 취소.. 일정도 미정, 원인 파악 못한채 갈팡질팡

5월 마지막 날인 31일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가 168㎍/㎥까지 치솟았다. '매우 나쁨'으로 평소의 2배 수준이다. 1주일 사이 엿새나 '나쁨' 이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5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대책 마련을 지시한 지 3주가 지났다.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해 정부의 행태를 보면 한심할 정도다.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정부 부처 간 손발이 맞지 않으니 종합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국무조정실은 지난주 기획재정부.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기로 했다가 취소한 뒤 아직 일정도 잡지 못했다. 그러면서 설익은 대책과 부처 간 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강조했던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지시는 공염불이 됐다.

경유 값 인상을 놓고 벌이는 부처 간 갑론을박이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경유차 수요 억제를 위해 경유 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기재부는 "경유 값 인상은 세금 인상"이란 논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세금 인상 대신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차에 매기는 대안을 환경부에 제시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가 "환경부가 환경개선부담금을 100% 대기 질 개선에 쓰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자 환경부는 "환경개선부담금은 100% 대기 질 개선에만 쓸 수 없고, 환경개선 전반에 쓰게 돼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 중 하나인 화력발전소 문제 또한 환경부와 산업부가 마찰을 빚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원인을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병명도 모른 채 환자를 수술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니 대책이 산으로 간다. 경유 값 인상안에 이어 화력발전 규제론까지 나왔다. 디젤차가 친환경차라며 구매유인책을 펴더니 돌연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아세운다. 고등어 구이가 가정의 미세먼지 진앙인 양 겁을 주더니, 고기 굽는 중에 나오는 연기도 미세먼지덩어리라는 식의 보고서가 정부발(發)로 흘러다닌다.

경유 값을 올리면 미세먼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로 그럴지도 의문이다. 똑같은 논리로 담뱃값을 올렸지만 서민 부담만 키우고 담배 소비는 줄이지 못한 전철을 그대로 밟을 우려가 크다. 화력발전소 가동 중단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하책 중 하책이다. 화력발전소가 가동되는 것은 원전은 국민이 반대하고 신재생에너지로는 전력수요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환경은 물론 국민건강을 직접 위협한다는 점에서 시급히 대응해야 할 사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 구성 내용, 이동 경로 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대책은 그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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