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1호 법안 접수 소동, 또 '묻지마' 입법인가

2016. 5. 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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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첫날 52건 제출.. 대량폐기 19대 전철 밟을라

20대 국회 첫날 52건 제출.. 대량폐기 19대 전철 밟을라

20대 국회 첫날 여야 의원들이 1호 법안 제출경쟁을 벌여 과거의 '포퓰리즘' 행태를 그대로 보여줬다. 1호 법안으로 접수시키기 위해 보좌진은 국회 본청 의안과 의안접수센터 앞 복도에 매트를 깔고 밤을 새웠다. 보좌진의 밤샘 접수 덕분에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일경제파주특별자치시 설치 특별법'이 1호 법안으로 등록됐다. 여야 의원들이 벌인 이날 경쟁을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권자에게 이름 알리기와 '준비된 의원'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포퓰리즘'에서 나온 것은 분명하다.

20대 국회 첫날 의안과에 접수된 안건은 모두 52개였다. 새누리당에서 28건, 더불어민주당에서 24건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의당·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건은 없었다. 안건의 종류는 법안 51개와 의결안 1개였다. 이 가운데 몇몇 의원은 19대에서 폐기된 법안을 자구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제출하는 등 1호 법안 경쟁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기도 했다.

1호 법안 경쟁은 19대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9대 국회 개원 첫날 53건의 법안이 접수됐다. 18대 국회에선 첫날 접수 법안이 7건에 불과했다. 15~17대 국회에서는 첫날 발의된 법안이 없거나 한자릿수로 적었다. 법안이 반드시 본회의 처리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19대에 발의된 1만5444건의 의원입법 중 9809건이 본회의에 상정도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졸속 법안을 쏟아내던 지난 19대 국회를 20대 국회가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제20대 국회에 바란다'라는 건의문을 5월 31일 국회에 제출했다. 건의문에서 상의는 한국 경제의 미래 100년을 위한 선진화된 법과 제도 마련을 위해 국회가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상의는 또한 "과거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경제성장 공식을 바꿔야 할 때가 이미 지났지만 아직도 과거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며 국회가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원 이후 경제단체의 공식 건의는 처음이며 시의적절하다.

상의뿐만 아니라 20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기대는 매우 크다. 누가 1호 법안을 제출하는지 몇 개 법안을 내는지 따위의 입법경쟁은 입법권 남용, 과잉입법을 낳게 된다. 의정활동을 평가할 때 발의건수만 조사할 게 아니라 실제 입법에 반영됐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법안 제출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등 민생현안 해결에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 또한 기업이 자유롭게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100년을 내다보는 법과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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