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 가상대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예비후보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예비후보를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가 클린턴 전 장관을 꺾은 여론조사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 리포트는 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41%의 지지율을 기록, 39%에 그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2%포인트 앞섰다고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트럼프의 본선 경쟁력이 약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해지게 됐다. 지지세 확장 측면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보다 트럼프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가능해졌다.

그동안 우리는 트럼프의 직설화법을 '막말'이라고 폄하하며 애써 무시해 왔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트럼프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공화당 후보로 나설 경우 당선 가능성은 50%다.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지난 수십년 동안 미국이 추구해온 정책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래서 경제.안보 측면에서 우리에게 많은 불확실성을 안겨줄 것이다.

트럼프는 줄곧 한국의 방위비 '무임승차'를 비판해왔다.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 있다는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일에도 "미국은 세계 경찰이 아니다"며 "우리는 독일과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를 세계의 경찰처럼 방어해주고 있지만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한국과의 통상마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 실패한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지적을 받는 한.미 FTA를 트럼프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는 폐기 가능성까지 언급할 정도다. 한국은 한 해에만 200억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캠프의 좌장 격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지난달 25일 상원 전체회의에서 한.미 FTA가 미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며 유사한 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50%라면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트럼프의 말을 가볍게 흘려버려서는 곤란하다. 그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있지만, 그의 생각이 다수 미국인에게 지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전통적 우호관계를 유지해왔던 클린턴 후보 측뿐만 아니라 트럼프와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리 대비해야 그만큼 위험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