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안철수의 컴백홈법, 실망이다

2016. 2. 1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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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왜 건드리나.. 포퓰리즘 굴레 못 벗어

국민연금 왜 건드리나.. 포퓰리즘 굴레 못 벗어

안철수 공동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11일 1호 법안 패키지를 내놨다. 그중 하나가 공공주택특별법, 곧 컴백홈법이다.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청년희망임대주택을 짓겠다는 게 골자다. 1호 법안은 정당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그 점에서 컴백홈법은 실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 표를 노린 포퓰리즘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래서야 국민의당이 과연 합리적인 중도 유권자들을 끌어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컴백홈법은 전혀 새롭지 않다. 국민연금을 임대주택 사업에 끌어다 쓰자는 주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오래전부터 폈다. 홍종학 의원은 국민주택기금과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신혼부부에게 임대주택을 한 채씩 장기임대하자고 제안했다. 박근혜정부도 국민연금에 손을 대지 못해 안달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새해 업무보고에서 민간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 사업에 국민연금을 재무적 투자자로 받아들인다고 발표했다. 결국 주 수혜층이 신혼부부냐 청년층이냐 중산층이냐만 다를 뿐 정치권이 500조원을 돌파한 국민연금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똑같다.

컴백홈법은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국민연금은 2156만명 가입자가 노후 대비용으로 알뜰살뜰 모은 돈이다. 정부 또는 정치권이 선심성 임대주택 사업에 쓰라고 적립한 돈이 아니란 얘기다. 과거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에 국민연금을 가져다 쓴 뒤 이자를 제대로 내지 않아 구설에 오른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연금공단 내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치권의 간섭을 원천 차단하는 기금 독립은 이를수록 좋다.

안철수 대표가 포퓰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불행이다. 설 연휴 전 새누리당과 더민주는 각각 총선 공약 중 일부를 서둘러 공개했다. 내용은 재탕이거나 달콤한 복지 공약 일색이었다. 더민주는 청년(연간 5만명)에게 6개월간 60만원씩 취업활동비 지급을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간병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안 대표가 당장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식 공약의 악습을 과감히 끊어버리길 바랐다. 그것이 안 대표가 주창해온 새정치와 어울리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컴백홈법은 그같은 기대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청년 문제는 벤처 활성화와 같은 정공법으로 맞서야 한다. 거기서 일자리가 나온다. 벤처는 안 대표의 전공 아닌가. 패자부활을 허용하지 않는 삭막한 벤처 생태계부터 바꾸라. 국민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컴백홈법 발의는 포기하는 게 옳다. 그러잖아도 국민연금은 오는 2060년이면 바닥이 드러난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국민연금을 자꾸 집적거릴 게 아니라 오히려 개혁의 총대를 메야 한다. 만약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국민연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면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노후 자금에 손을 뻗치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은 4.13 총선에서 표로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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