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총선용 선심에 멍든 한·중 FTA

입력 2015. 11. 3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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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준조세' 1조 부과..여야 '표퓰리즘' 찰떡궁합

기업에 '준조세' 1조 부과..여야 '표퓰리즘' 찰떡궁합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피해 농어민 등을 지원하기 위해 총 1조원의 상생기금이 조성된다. 국회는 11월 30일 본회의를 열어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아울러 피해보전직불제의 보전 비율을 현재 90%에서 95%로 상향하기로 했다. 기금은 민간기업, 공기업, 농.수협 등의 자발적 기부금을 재원으로 마련된다. 기금 조성액이 연간 목표에 미달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을 충당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국민 세금도 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가보조금은 '밑빠진 독'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11년까지 16년간 우리나라가 세계무역기구(WTO)에 공식 통보한 농가보조금은 185조5567억원에 달한다. 올해 말 현재 농가보조금 누적 총액은 200조원을 넘었을 게 분명하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을 통해 쌀시장을 개방한 이후 이런 방식으로 땜질 처방을 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주요 무역 협정 논의 때마다 늘어날 공산이 크다.

그럼에도 농가 연평균 소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농가 소득은 2003년 2687만원에서 2014년 3495만원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5년 처음으로 3050만원을 기록한 뒤 10년째 3000만원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농가 지원대책이 농업경쟁력을 높이지 못했다는 것과 다름 없다. 막대한 보조금이 옆으로 샜다고 볼 수도 있다. 피해 지원금 대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농어민 상생기금을 내야 할 기업들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사실상 준조세 성격이 짙은 까닭이다. 재계는 기업의 팔을 비틀어 사실상 세금 성격의 돈을 떼가는 FTA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다.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누가 얼마나 수혜를 보는지 계산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기부금을 내야 할 대상자 역시 명확하지 않다. 정치권 및 정부가 이 같은 재계의 의견을 듣지 않고 합의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수출 돌파구는 열릴 것으로 본다. 958개 관세도 철폐된다고 한다. 발효 후 1년차 무역 규모만 27억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해 나쁜 선례를 만든 셈이다. 기업은 봉이 아니다. 너무 쉽게 FTA 파고를 넘으려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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