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유커 등치는 저질관광 두고만 볼텐가

2015. 10. 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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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에 20만원짜리도 '고품질' 일본과 대조적

3박4일에 20만원짜리도 '고품질' 일본과 대조적

국내 관광산업이 일부 여행업체의 저질 싸구려 상혼에 멍들고 있다. 초저가를 미끼로 내세워 단체관광객을 유치한 뒤 쇼핑 강요와 저질 숙식 제공 등으로 덤터기를 씌우는 편법이 활개를 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상대로 3박4일 일정에 항공.숙박비 포함, 20만원짜리 초저가 여행상품까지 등장했다. 물론 원가에도 못 미치는 덤핑상품이다. 국내 여행사가 중국 여행사에 돈을 주고 유커를 유치하는 편법도 동원된다. 숙식이나 교통.가이드 비용을 받지 않고 관광객 유치비용 명목으로 이른바 인두세를 현지 여행사에 챙겨주는 것이다. 브로커를 동원해 수술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의료관광객을 등치는 사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질 싸구려 여행상품이 판치는 것은 여행사 간 무한 가격경쟁이라는 오랜 업계 관행이 근본 원인이다. 새로운 여행상품을 개발하기보다는 가격경쟁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품의 질이나 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관광객의 불편과 불만을 높이고 재방문율 저하로 이어진다.

실제로 관광불편신고센터에는 관광 불편과 불만을 호소하는 외국인의 신고가 끊이지 않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이상일 위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관광불편신고센터에 접수된 불편신고만 한 해 500건을 넘는다. 올해도 지난 7월까지만 286건에 달한다. 관광불편신고 중 쇼핑 관련이 60%를 육박한다. '한국 관광은 쇼핑에서 시작해 쇼핑으로 끝난다'는 한 유커의 푸념은 이런 현실을 잘 반영한다. 관광불편 불만은 재방문율 저하로 이어진다. 2012년 41%에 달했던 외국관광객의 재방문율이 작년에 34%,올 상반기에는 25%로 급감했다.

더 큰 문제는 저질 싸구려 관광상품이 관광산업 국제경쟁력을 갉아먹고 국가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리나라 관광산업 경쟁력은 조사대상 141개국 중 29위로 2013년보다 4단계 추락했다. 가격경쟁력(109위), 자연자원(107위) 등은 최하위권에 머문다. 고품질·고가격 관광상품으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 좋은 성과를 거두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박근혜정부는 대한민국의 관광서비스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오는 2017년까지 외래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관광산업 진흥을 위한 기본법을 만드는 등 관광서비스 활성화에 힘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싸구려 저질상품으로 물을 흐리는 형국이다.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관광대국으로 거듭나려면 거창한 구호와 목표도 중요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를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출발점은 저질 싸구려 관광상품을 양산하는 시장 구조를 고품질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뜯어고치는 일이다. 관광산업도 아예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현 실태를 낱낱이 따져서 불합리한 구조를 새판을 짜는 개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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