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좀비기업 퇴출, 구조개혁 차원서 다뤄야

2015. 8. 27. 17: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좀비기업에 재차 경종을 울렸다.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우리 경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답습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다. 조동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대출을 못 갚아 만기가 연장되거나 이자를 보조받는 좀비기업 증가세가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개혁과 함께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좀비(Zombie)는 다시 살아난 시체를 뜻한다. 좀비기업은 은행 등 금융권의 만기연장에 의존해 생명을 연장한다. 환자로 치면 연명치료를 받는 셈이다. 가족들이 함부로 연명치료를 중단하지 못하는 것처럼 금융사들도 선뜻 좀비기업의 생명줄을 끊지 못한다. 기업과 함께 동반부실화할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은 가능한 한 기업을 살리고 싶어한다. 기업이 무너지면 고용 등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다.

그 결과가 15.6%라는 숫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KDI는 2013년 기준 좀비기업 비중이 15.6%(자산 기준)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3년 전보다 2.6%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기업 수를 기준으로 하면 12.7%에 이른다. 이 수치는 지금 더 높아졌을 것 같다. 지난 2년간 부실이 가장 심각한 조선.건설업에서 별다른 구조조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당시엔 부실기업에 대한 '빅 배스'(대청소)가 있었다. 하지만 2008년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 때는 슬금슬금 넘어갔다. 되레 이명박정부는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말라며 금융권을 압박했다. 그러자 그 부담이 산업.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 넘어갔다. 산은은 졸지에 부실 계열사들을 죽 거느린 '그룹'이 됐다. 이건 누가 봐도 비정상이다.

좀비기업 퇴출에 실패한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3년차를 맞은 아베노믹스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구조개혁을 소홀히 한 데 원인이 있다. 정치인들은 부실기업 정리와 같은 악역을 맡길 싫어한다. 하지만 우린 달라야 한다. 다행히 당.정.청은 노동개혁이라는 인기 없는 정책에 손을 잡았다. 노동개혁이 일단락되면 개혁의 에너지를 좀비기업 퇴출에 쏟아야 한다. 좀비기업은 정상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쓸 돈을 중간에 가로챈다. 그냥 놔두면 산업 생태계가 혼탁해지고 국가경제에도 좀이 슨다. 대량해고를 부를 수도 있는 기업정리는 노동개혁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다. 정부.여당의 남다른 각오가 요구된다.

※ 저작권자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