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이주열 총재 디플레 막는 투사가 돼라

2015. 7. 3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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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를 보는 한국은행의 시각이 사뭇 달라졌다. 한은은 7월 30일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수요와 공급 모두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것은 '수요'에 대한 언급이다. 지금껏 한은은 저물가의 원인을 주로 '공급'에서 찾았다. 특히 올 들어 반토막난 국제유가를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런데 이번엔 수요.공급을 동시에 언급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령화에 따라 수요 기반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한은의 인식 전환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작년 4월 이주열 총재 취임 이래 한은의 물가정책은 꾸물거린다는 인상을 줬다. 많은 전문가들이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할 때마다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물가지수는 한은 편이 아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부터 7개월째 0%대에 머물러 있다. 월별로는 32개월째 물가안정 목표(2.5~3.5%) 하한선을 밑돌고 있다. 그런데도 한은은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며 별문제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

우리도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하는 디플레이션이 닥치지 않길 바란다. 그러려면 공격적 선제대응이 필수다. 일본은 뒤늦게 아베 총리와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하지만 돈을 쏟아붓는데도 불구하고 탈출은 쉽지 않다. 미국도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는 조건으로 물가상승률 2%를 제시했다. 어느 나라든 일단 디플레이션 수렁에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빠지지 않는 게 상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물가는 세계적 현상이다. 불황으로 인한 소비 부진이 저물가를 불렀다. 여기에 국제유가 하락이 겹쳤다. 이 상식을 받아들이는 데 한은은 꽤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앞으로 한은이 할 일은 디플레이션이 현실로 엄습하지 않도록 사전에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앙은행의 역할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일본은행은 '뉴 노멀'에 적응했다. 이 총재도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1.5%)까지 떨어뜨리는 용기를 보였다. 그러나 물가정책은 아직 보수적이다. '물가는 낮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집값은 떨어질수록 좋다'는 생각과 마찬가지로 시대착오적이다. 인플레이션보다 더 골치 아픈 게 디플레이션이다. 인구구조상 한국은 일본을 뒤따를 공산이 크다. 이 총재의 과감한 정책 전환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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