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엘리엇은 합병 훼방을 그만두라

입력 2015. 7. 1. 17:06 수정 2015. 7. 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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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주총금지 가처분 기각.. 삼성, 투자자들 마음 달래야

삼성·엘리엇 싸움에서 일단 삼성이 승기를 잡았다. 1일 서울중앙지법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신청 중 한 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주총은 예정대로 오는 17일 열린다. 하지만 주총의 걸림돌이 모두 제거된 것은 아니다.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막아달라는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은 아직 살아 있다. 재판부는 주총 전에 해당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최후 승자가 누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날 기각 결정은 삼성 측에 고무적이다. 재판부는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비율(1대 0.35)이 정당하다고 봤다. 자본시장법이 정한 대로 시가를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주총소집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의 자산가치까지 고려한 새로운 합병비율을 요구했다. 이는 억지다. 삼성더러 현행법을 어기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로마에선 로마법을 따르듯 한국에선 한국법을 따르는 게 옳다. 법률·시행령에 문제가 있다면 한국 국회나 행정부가 고치면 된다. 외국계 헤지펀드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삼성·엘리엇 대립을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둘로 갈라져 있다. 삼성물산 소액주주들과 일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은 엘리엇 편에 섰다. 시민단체와 야당도 가세했다. 다른 한쪽에선 엘리엇을 벌처펀드·알박기펀드라고 폄하한다. 오로지 돈 때문에 삼성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법원은 주목할 만한 판단을 내렸다. 엘리엇이 주총소집 금지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본 것이다. 사실 엘리엇은 느닷없이 합병 반대안을 들고 나타났다. 삼성물산 주식도 슬금슬금 사모아 3대 주주(7.12%)가 됐다. 숨은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무슨 명분을 내세우든 엘리엇의 속셈이 이익 극대화에 있음은 자명하다.

삼성물산은 자사주 899만주(5.76%)를 서둘러 '백기사' KCC에 팔았다. 법원은 조만간 이 매각이 적합한지 결정하게 된다. 법원은 삼성이 자사주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잘 살펴야 한다.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자본에 활짝 열려 있다. 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세력에 맞설 경영권 방어장치는 전무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차등의결권제, 황금주,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해달라는 재계의 요구를 매몰차게 거절했다. 기업의 자사주 매각은 적대적 M&A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다.

물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바뀌어야 한다. 예전처럼 총수 맘대로 계열사를 찢고 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엘리엇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사장들은 지난달 30일 긴급 기업설명회(IR)를 갖고 시장을 달랬다. 합병 뒤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부인할 수 없는 엘리엇 효과다. 삼성의 뒷북 대책은 이번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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