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그리스의 비극, 포퓰리즘이 원흉

2015. 7. 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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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복지 남발해 재정 파탄.. 정치권 선심 경쟁 자제해야

그리스가 끝내 국가부도 상태에 빠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지원받은 구제금융 중 15억유로를 만기인 지난달 30일까지 갚지 못했다. 선진국이 부도를 낸 것은 IMF 71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오는 5일 국민투표에서 개혁안이 거부될 경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할 위험이 커졌다.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 체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결과다. 국가별 특성과 현격한 경쟁력의 차이를 무시하고 단일 통화권으로 묶음으로써 개별 국가의 통화정책 권한을 무력화했다. 그리스가 그 희생양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책임을 밖으로 돌리기에는 그리스 내부의 문제가 너무 크고 심각하다.

그리스 사태의 근본 원인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다. 정치권은 감당할 능력이 없는데도 공짜 복지를 남발했다. 국민은 그런 정치인들에게 표를 몰아줬다. 그 결과 재정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렸다. 적자 폭은 2009년 국내총생산(GDP)의 15%까지 불어났다.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해 남유럽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됐다. 자력 생존이 불가능해지자 두차례에 걸쳐 24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우리나라도 1998년의 외환위기 때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구제금융을 얻어 쓴 대가는 강력한 긴축이었다. 우리는 그 고통을 이겨내고 예상보다 짧은 기간에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었다. 그리스도 처음에는 우리와 같은 길을 걸었다. 독일을 비롯한 국제 채권단이 요구한 긴축안을 받아들였다. 구제금융 이후 13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근로자 임금이 2009년 대비 평균 38% 하락했으며 연금은 45%나 깎였다.

긴축에 대한 저항이 커지고 국민의 불만이 고조됐다. 이때부터 그리스 국민은 우리와 다른 길을 가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치러진 총선에서 반(反)긴축을 공약으로 내건 급진 좌파정당 '시리자'를 선택, 알렉시스 치프라스 정권을 탄생시켰다. 또 한 번의 포퓰리즘이다. 그 결과가 구제금융 협상 결렬과 국가부도로 이어진 것이다.

경제는 헤프게 살림하면 반드시 망하게 돼 있다. 그 뒤에는 고통의 시간이 따라온다. 나라 살림이든 개인 살림이든 마찬가지다. 그리스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미 한 차례 경험했다. 최근 우리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선심성 무상복지 경쟁에 나서고 있다.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잊은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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