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오락가락 저탄소 정책, 기업만 죽을 맛

2015. 6. 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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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여론 눈치보기 급급.. 재계 "또다른 암덩어리" 반발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결정에서 국제사회의 명분과 산업계의 실리 어느 쪽도 챙기지 못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신기후체제(포스트 2020)에서 이행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30년 배출전망치(BAU)의 37%로 확정했다. 이대로라면 2030년에 8억5060만t(이산화탄소환산량 기준)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3587만t으로 줄여야 한다.

이번에 확정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정부가 앞서 제시한 감축방안보다 강화됐다. 당연히 산업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는 이달 초 최소 14.7%에서 최대 31.3%까지 줄이는 내용의 4개 안을 제시했었다. 37% 감축안은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선제적 행동이라며 자발적으로 제시한 2020년 기준 30% 감축안보다도 앞서 나갔다.

특히 이번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선진국이나 개발도상국 모두가 의무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명박정부 때의 약속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런 만큼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결정하는 데 신중해야 했다. 그러나 감축목표 결정이라든가 방법론 등에서 엉성하다.

당초의 정부 3안(25.7%)에다 11.3%포인트를 더해 절충안이라며 내놓은 것이 그 대표적 사례다. 감축분 중 25.7%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줄이고, 추가된 11.3%는 국제시장에서 탄소배출권을 사들여 상쇄하는 이른바 '국제산소크레딧'을 활용하겠다는 거다. 그리고 산업부문 감축률은 12%로 정해 산업계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겠다고 한다. 그런데 산업부문 감축률을 낮추더라도 전체 감축목표가 올라간 만큼 실제 감축량이 늘어 실질적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정부는 국제시장에서 조달할 탄소배출권 재원 등에 대해서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경제계는 당장 국민 부담이나 산업현장의 현실보다 국제여론만 의식했다며 강한 유감을 보였다. 이번 과도한 감축목표는 국가가 나서서 경제계의 발목을 잡는 '암덩어리' 규제라는 경제계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국제사회 및 환경단체와 산업계 사이에서 눈치를 보다 양측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악수를 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목표 강화는 비용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곧바로 기업경쟁력 약화로 연결된다. 가뜩이나 엔화·유로화 약세 등으로 수출 문턱이 높아지고 내수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가 할 일은 포스트 2020 체제 출범에 앞서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으로 인한 산업계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도록 행정·재정적 지원을 늘려야 한다. 환경산업 육성과 관련 기술개발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 더불어 탄소배출권거래제 전반을 재검토해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묘수를 내놔야 한다.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중 기업에 배당된 탄소배출권을 합리적으로 조정해 재할당하는 일은 당장 꺼야 할 발등의 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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