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시행령 수정' 국회 권력남용을 우려한다

2015. 5. 2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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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입법 침해" 청와대 반발.. 공무원연금법에 연계 통과

29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연계해 국회법 개정안이 함께 통과됐다. 국회법 개정안은 시행령 등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면 해당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이 요구한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을 위한 근거조항이다. 행정입법에 대한 입법부의 통제권을 강화한 셈이다.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 즉각 반발했다.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지나친 간섭이며 헌법상 권력분립에 위해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에서 "삼권분립 위배가 아니다"라고 반박해 당·청의 충돌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부의 기능은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여러가지 가능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압도적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큰 만큼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제도를 활용해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에 어긋나는 경우 여야 합의에 의해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라 삼권분립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시행령 수정요구권'으로 인해 가뜩이나 막강한 국회의 권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이다. 국회가 시행령의 특정 조항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게 되면 행정부는 입법과정에서 국회의 눈치를 극심하게 살필 수밖에 없다. 국회는 지금도 정부가 제출한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과 민생법안의 처리를 외면해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으로는 국회가 시행령마저도 묶어버려 정부의 운신 폭을 더욱 좁힐 것이란 우려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시행령 수정요구권'은 제왕적 국회, 또는 제왕적 야당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다. 국회가 정부 정책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입법권력의 남용으로 귀결된다. 여야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와중에 자기네 권력을 강화하는 법안을 슬쩍 끼워넣어 놓고 '표정관리' 중인지도 모른다.

19대 국회 들어 뭐든 법으로 만들어내면 된다는 입법만능주의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변협은 얼마 전 19대 국회 입법평가보고서를 통해 국회의 과잉·졸속 입법 문제를 지적했다. 그 입법만능주의가 이제 행정부에까지 손을 뻗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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