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노동계, 임금피크제 막을 명분 없다

2015. 5. 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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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딸 세대 고용절벽 직면.. 다툼 소지 있지만 수용해야

정부가 노조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는 데 따라 청년 일자리가 위축되는 부작용을 덜어주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현실적으로 정년 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임금만 깎이는 꼴이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28일 열 예정이었던 공청회도 노조의 실력행사로 열리지 못했다. 노사 간에 또 한 번의 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임금피크제는 지난달 실패로 끝난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정년을 늘리는 대신 일정 연령이 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제도다. 미국.유럽.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공무원과 일반 기업체 직원들을 대상으로 선택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도 공공기관에 도입을 의무화한 데 이어 민간기업에도 확산을 유도하고 있으나 도입 실적은 미미하다. 내년부터 정년 60세가 적용되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13.4%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청년 고용절벽 현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청년 고용절벽은 청년층 취업자가 크게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기업들은 정년 연장으로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면 신규 고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청년층 고용 확대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을 7월 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정부가 아무리 대책을 내놓아도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며 기업의 고용력에는 한계가 있다. 정년을 연장하면 고령자의 근무연한이 늘어나는 만큼 신규 고용에는 주름이 갈 수밖에 없다. 청년 실업률은 지금도 심각한데 정년이 연장되면 고용절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법적으로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의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이 무리수라고 볼 수 있는 소지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때는 근로자 과반수 또는 노조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 조항의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 정년 연장으로 우려되는 고용절벽을 피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은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정년 연장과 연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노동계는 내가 더 오래 일하고 더 많은 임금을 받자고 자식들의 취업길을 막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당장은 손해를 보는 선택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노조가 이익집단이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 일원이기도 하다. 노동계가 경제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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