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은행 순익 5분의 1 토막 난다는 보고서

파이낸셜뉴스

일본식 금융환경 닮아가
재정 관리 감독 강화해야


국내 금융사들이 저성장, 저금리 덫에 발목이 잡혀 수익성과 건전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금융감독원은 경제성장률이 1%로 떨어지고 기준금리가 1%포인트 떨어지면 5년 후 국내 18개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현재의 16.5% 수준으로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액으로는 8조5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급감해 5분의 1 토막이 난다는 것이다. 10년 후에는 아예 적자로 돌아서 5조2000억원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추산했다.

금감원이 일본식 장기침체가 지속되는 '저금리.저성장 시나리오'를 가정해 추산한 분석이긴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올해 1~9월 은행의 순익만 봐도 이런 비관적 시나리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기간 은행의 순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34.7% 떨어진 7조70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으로 이미 되돌아가 있다. 일말의 낙관적 시나리오가 없는 건 아니다. 평균 3% 성장을 이어가고 기준금리는 현재 수준(2.75%)을 유지할 경우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이런 낙관론은 부동산값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한국 금융 환경이 일본의 1990년대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더욱 불길하게 다가온다. 일본은 당시 성장률이 추락하고 제로금리로 금융권의 수익성이 급락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발목이 잡힌 저축은행들이 대거 정리된 점도 닮은꼴이다. 점점 고질화되고 있는 상호금융 부실도 일본식 장기침체를 앞당기고 있는 형국이다.

거시 환경도 일본과 유사해지고 있다. 0%대로 떨어진 인구증가율과 고령화 속도, 저축률 하락과 가계부채 급증 등이 그렇다. 금융부실로 인한 임원 줄이기와 통폐합 같은 후폭풍도 비슷하다. 우리은행이 부행장 수를 10% 안팎 줄이고 하나금융지주 역시 부행장 등 임원을 2~3명 줄일 계획이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점포 통폐합에 나서는 등 영업망 슬림화 작업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이럴 경우 금융사들이 수익성을 만회하려고 고위험 투자를 늘리고 불건전 영업행위를 확대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대비하지 않으면 지금보다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금융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재점검과 관리감독이 시급한 이유다. 한국경제가 저성장을 경험하지 못한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선 후보들은 복지 확대로 표심 잡기에 한눈 파는 사이 한국의 성장동력이 점점 멎어가고 있다.

※ 저작권자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