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연명치료'로 막 내린 유엔 기후총회

2012. 12. 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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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 명맥만 유지내년 새정부 선택에 주목

기후협약은 대의(大義)와 현실의 싸움이다. 온실가스를 줄여 지구를 구하자는 대의에 따라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교토의정서가 채택됐다. 현실은 거칠었다.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은 교토의정서에서 이탈했다. 세계 1위 탄소배출국 중국은 개도국임을 앞세워 감축 의무에서 발을 뺐다. 유럽과 일본이 앞장서고 나중에 한국이 가세했지만 주요 2개국(G2)과 개도국들의 외면 속에 교토의정서는 반쪽 협약으로 전락했다.

교토의정서의 효력은 올해로 끝난다. 원래 내년부턴 포스트 교토 체제가 출범하게 돼 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18차 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 참가국은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새로운 협약 체결에 실패했다. 대신 유명무실한 교토의정서의 효력을 2020년까지 연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망 선고를 보류한 채 향후 8년간 연명치료에 합의한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교토의정서를 잉태한 일본의 움직임이다. 일본은 도하 총회에서 더 이상 감축 의무를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처럼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캐나다·러시아·뉴질랜드도 이탈 대열에 동참했다. 이제 교토의정서를 충실히 따르는 나라는 사실상 유럽과 한국으로 국한됐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는 인류의 과제다. 최근 발간된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따르면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총 382억t으로 전년비 3% 증가했다. 나라별로는 중국-미국-인도-러시아-일본-독일-이란 순이다. 한국·캐나다·남아프리카공화국은 공동 8위에 올랐다. 지난달 세계은행은 "국제사회의 결단이 없다면 금세기 지구의 평균 온도가 섭씨 4도 올라 연안지역과 빈곤층에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그러나 당장의 이익에 급급한 인류의 대처는 굼뜨기만 하다. 금융·재정위기가 초래한 장기 불황도 '녹색'에 대한 언급을 사치스럽게 만들었다. 그 와중에 이명박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녹색정책도 어정쩡하게 됐다. 한발 빠른 정부의 녹색 리더십은 인천 송도에 녹색기후기금(GCF) 본부를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도하 총회에선 GCF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자칫 GCF마저 공중에 붕 뜰지 모른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의 탄소배출량 감축 정책에 줄기차게 반대해 왔다. 미국·중국 등 경쟁국들이 다 빠졌는데 왜 우리만 앞장서느냐는 항변이었다. 이번에 일본까지 빠졌으니 기업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듯하다. 정부는 다른 나라들이 손 놓고 있을 때 우리가 먼저 치고 나가야 장기적으로 녹색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기업들을 독려해 왔다. 이번 도하 총회를 계기로 정부와 기업 간 갈등은 한층 증폭될 것 같다. 내년 2월 출범할 새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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