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청와대 비선실세로서 국정 개입· 농단 의혹을 받아온 최순실씨가 27일 언론을 통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세계일보는 26일(현지시간) 독일 헤센에서 최씨와 만나 가진 인터뷰를 이날 보도했다. 최씨는 이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 당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e메일로 받아 수정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모금과 운영과정, 정부 주요 인사 개입 등 관련 의혹 대부분을 부인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 연설문 수정 관련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에 따른 ‘신의(信義)’에서 한 일일 뿐 이것이 당시 문제가 되는지도,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중요 사안인지도 몰랐다고 했다. 또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 언론보도의 결정적 증거가 된 태블릿PC에 대해서는 “가지고 있지도 않고 그것을 쓸지도 모른다”며 존재 사실을 정면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최씨는 “비행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신경쇠약에 걸려 있고 심장이 굉장히 안 좋아 병원 진료를 받고 있어 돌아갈 상황이 아니다”라며 검찰 조사에 응하기 위한 귀국을 거부했다.

최씨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가 정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힐 정도의 사건을 일으킨 주역인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에 대해 제기된 의혹을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며 부인하는가 하면 이번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개인적인 이유로 부풀린 것이나 사실과 다른 언론의 오보 정도로 치부했다. 최씨의 발언은 한심할 정도로 일관성이 없으나 최씨가 반박한 어느 것 하나라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일어날 또 다른 정치적 파장까지 우려될 정도다.

최씨는 박 대통령과의 개인적 ‘신의’를 지키고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조속히 귀국해야 한다. 그것도 사법당국의 소환에 앞서 자진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 최씨는 인터뷰 말미에 “건강이 회복되면 용서를 구하고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했다. 떳떳하다면 하등 수사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친하다는 박 대통령을 돕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