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 에어컨 하루 3시간 틀어도 전기료 폭탄 맞는 현실

2016. 7. 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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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기요금을 걱정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선풍기로 최대한 버티다 참기 힘들 때만 에어컨을 틀지만 이마저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하루 3시간가량씩만 틀어도 한 달에 7만~8만원 내던 요금이 20만원대로 뛰어오르니 마음 놓고 에어컨을 틀 가정이 많지 않다. 대부분의 가정이 평소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5배의 전기요금을 내야 할 판이라고 한다.

이런 황당한 전기요금 구조는 가정용에만 6단계로 나눠 누진제가 적용되는 탓이다. 최저 1단계(월 100㎾h 사용, kWh당 60원70전)와 최고 6단계(월 500kWh 사용, 709원50전) 등급 간 요금 차이가 11.7배에 이른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틀기가 겁날 만큼 징벌적 구조 아닌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너무 차이가 커 소비자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누진제는 2단계에 1.1배, 일본은 3단계에 1.4배다. 프랑스와 독일은 누진제도가 아예 없다.

반면 자영업자에게 적용되는 일반용(㎾h당 105원70전)과 산업계에 적용되는 산업용(㎾h당 81원) 전기료에는 누진세가 적용되지 않는다. 길거리 상점마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고 문을 열어 호객행위를 일삼는 이유다. 2011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용 전력소비량은 국민 1인당 4,617㎾h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445㎾h)의 2배에 가까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반해 주택용 전력 소비량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가정용과 일반용·산업용 전기요금이 이렇게 달라진 배경은 1970년대 오일쇼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족한 전기를 가능한 한 산업용으로 사용하자는 취지에서 가정용에만 누진세가 적용된 것이다. 한국 가정의 전기사용이 다른 나라보다 적은데도 부담은 더 많이 지는 불합리한 구조가 이어진 이유다. 이제는 상황도 달라진 만큼 가정에만 부담을 지우는 누진제의 단계적 축소를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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