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책은행 자본확충 앞서 뼈깎는 자구노력 보여라

2016. 5. 4. 1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4일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위한 협의체 회의를 열어 구조조정용 실탄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선·해운업계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상반기에 재정과 통화정책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수단을 동원하기로 합의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차원에서 한은이 직접 출자하거나 조건부 자본증권을 매입하는 방식 등이 폭넓게 거론되는 모양이다.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자면 필요한 재원을 미리 마련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왜 걸핏하면 국책은행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지 국민들로서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그간 조선·해운업계에 연명용 자금으로 21조원을 퍼주다 보니 부채비율은 811%와 644%까지 치솟았다. 민간기업이라면 경영부실에 휩싸여 벌써 몇 번이나 부도가 났을 것이다.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가 국책은행의 두둑한 배짱과 모럴해저드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데도 금융계 수장은 “산은이 심기일전해 구조조정을 잘 관리하고 있다”며 한사코 감싸고 있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다.

국책은행들이 구조조정 업체에는 인력감축과 급여삭감 등 강력한 자구책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잇속을 악착같이 챙기는 행태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다른 공공기관들이 앞다퉈 도입하는 성과연봉제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평균 1억원의 고액 연봉을 꼬박꼬박 받아가고 있다. 올해에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수당을 올려 ‘신의 직장’이라는 명성을 유지하며 감사원에서 방만경영 개선을 촉구해도 노조를 핑계로 거부해온 게 우리 국책은행들의 실상이다. 이런 국책은행장들이 무슨 낯으로 조선업계 근로자들을 만나 고통을 분담하자며 호소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자금은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럼에도 국민이 구조조정에 동의하는 것은 산업계의 썩은 살을 도려내 하루빨리 어려운 경제를 되살려야 하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손을 벌리려면 모두가 납득할 만한 구조조정 실행 플랜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국책은행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철저한 책임규명은 성공적 구조조정을 위한 첫 단추일 뿐이다.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