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임하면 대형로펌으로 몰려가는 '공정위 전담판사'

입력 2015. 10. 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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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서 공정거래 관련사건을 맡다 퇴임하면 대형 로펌으로 직행하는 판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전담재판부에 근무하다 개업한 변호사 중 75%가 10개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겨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대형 로펌들이 퇴직판사를 모셔가는 것은 공정위 관련 소송에 상당한 노하우와 경험을 가진데다 전관예우를 활용하면 사건을 따내기에도 훨씬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재판과정에서 공정위 소송의 허점을 꿰차고 있는데다 현직 재판부와의 친분까지 고려하면 법정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니 10대 로펌이 기업 측 법률 대리인의 74%를 싹쓸이하고 10대 로펌의 승소율이 일반의 4배에 달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공정거래 소송은 소송가액이 크기 때문에 대형 로펌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법조계에서는 공정거래 전담법관이 퇴임 이후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여기다 10개 로펌에서 근무하는 공정위 퇴직자만도 63명에 이르니 법조계와 공정위·로펌의 유착 의혹을 낳기에 충분하다.

법조계는 엄격한 법질서 및 공정한 시장거래 정착 차원에서 퇴직판사들이 직전 업무로 자리를 옮기는 부끄러운 관행을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퇴직 이후 로펌 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적용 여부를 떠나 스스로 법조인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각성이 필요한 때다. 법원도 이제 공정거래 전담 재판부 운영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공정위도 과징금 부과 첫 단계부터 일단 때리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행정조치를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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