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PP 타결.. 글로벌 통상지도가 바뀐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초거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했다.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12개국 무역·통상장관들이 엿새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TPP 협상 타결로 연간 무역규모 10조1,800억달러(약 1경2,100조원), 인구 8억명, 총 GDP 28조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세계 최대의 경제통합체가 등장하게 됐다.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기반으로 한 슈퍼 경제권의 부상으로 글로벌 통상질서의 지각변동도 불가피해졌다.
TPP의 등장은 불행히도 우리에게 악재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양자 간 FTA 확대를 통한 무역영토 확장이라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타결된 FTA만도 15건, 52개국에 이르며 FTA 우등생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TPP는 이 모든 이점을 한번에 날려버린다. TPP는 누적원산지 개념을 도입해 12개국 회원국에서 조달한 부품·원자재가 일정 비율 이상이면 12개국 모두에서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이 베트남에서 부품을 조달해 자동차를 만든 후 미국과 호주·멕시코에 팔면 비회원국보다 적은 관세를 낸다는 뜻이다. 두 국가에만 적용하는 양자 간 FTA보다 훨씬 유리하다. TPP 최대 승자가 우리의 경쟁상대인 일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TPP가 최종 타결되면서 정부 내 참여불가피론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연간 2억~3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과 1조원의 생산 증대, GDP 1.7% 증가 등 계량적 효과 외에도 멕시코라는 새 시장을 확보하고 기존 FTA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주장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불참하면 일본에 중간재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설득력이 있다. 조만간 공식참여 선언이 예상되는 배경이다.
문제는 참여전략이다. 우리가 TPP에 들어가려면 쌀이나 공산품 또는 서비스 시장의 추가 개방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쌀 개방은 농민들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되고 총선을 앞둔 정치권까지 가세하면 2007년 한미 FTA 사태를 뛰어넘는 악몽이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다른 물품이나 서비스 분야에서 큰 양보를 한다면 우리가 얻는 이익이 별로 없다. 쌀 시장 개방 압력을 줄이고 다른 분야의 실익을 높이는 결코 쉽지 않은 전략이 요구된다. 아무쪼록 정부가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이 난국을 기회로 돌려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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