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우는 조선 산업에 성과급 챙기는 노와 사

2015. 7. 3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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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실적쇼크를 몰고 온 조선업계 경영진이 때아닌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해 상여금을 포함해 8억8,900만원의 보수를 챙겼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전현직 경영진도 막대한 상여금을 받았다. 최고경영진이 이 모양이니 노조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조선업계 노조는 평균 연봉 7,375만원이 적다며 기본급 6%대 인상은 물론 250% 이상의 고정성과급 보장, 생산성격려금 지급 등을 내걸고 파업까지 벌일 태세다.

조선 3사는 올 2·4분기에만도 4조7,00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줄곧 실적부진에 시달려왔다. 경영진이 블루오션이라며 마구잡이로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어 저가수주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심지어 대우조선 경영진은 연임을 위해 부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정적인 경영관리와 장기 발전기반을 마련했고 경영역량·전문성·리더십을 발휘했기 때문"에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을 접하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조선업의 위기는 당장 지역사회와 나라 경제에 깊은 주름살이 된다. 대형 조선소에 목을 매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줄줄이 부도를 냈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울산의 상반기 신규 실업급여 신청자가 전국 1위로 올라섰다는 게 단적인 예다. 잘못된 경영판단과 노조이기주의가 지역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데도 오로지 자기 배만 부르면 된다는 식의 잘못된 행태는 공멸을 자초할 뿐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위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수주액은 목표액의 30%대에서 맴돌고 있으며 연말까지 10조원의 부실을 더 털어내야 한다. 조선업계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으로 하루빨리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사가 고통을 분담하고 생존의 길을 고민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조선업계는 과거 노조가 해외 선주를 찾아다니며 수주실적을 챙겼던 아름다운 전통을 갖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세계 1위의 옛 명성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노사가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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