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권분립 뒤흔든 국회 度 넘어섰다

2015. 5. 29. 21:4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전횡이 마침내 민주주의의 기초인 입법·행정·사법의 삼권분립마저 부정하는 등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회는 29일 새벽 본회의를 열어 논란이 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공무원연금개혁안 처리 시한이었던 전날 자정 직전 회기를 하루 더 연장하는 편법까지 동원해가며 여야가 법안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뜬금없이 국회법 개정안까지 밀어붙였다.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수정·변경을 요구하고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해 해당 상임위에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문제는 이 법안이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당장 청와대는 헌법상의 권력분립 위배의 소지가 크고 자칫 행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여야 정치권이다. 모처럼 한목소리로 삼권분립을 위배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청와대를 향해 "대통령이 헌법 공부 좀 하셔야"라며 비아냥 어린 반박까지 내놓았다.

우리는 이번 논란에 대해 정치권에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우선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논란이 뻔히 예상되는 법률을 개정했는지다. 이번 국회법 개정을 촉발한 것은 세월호법 시행령에서 진상조사위에 조사과장 1명을 검찰이 아닌 민간에서 파견하도록 하자는 야당의 주장이었다.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인데도 아예 절차법인 국회법까지 개정한 것은 전형적인 과잉입법으로 볼 수밖에 없다. 국회가 세월호법을 핑계로 행정부의 통제기능을 더 갖기 위해 추진된 것 아니냐며 국민 여론이 비등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음으로 공무원연금법과 국회법 개정을 연계한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우리는 사설을 통해 수차례 공무원연금 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 가능한 연금구조를 만드는 것은 국가 미래를 위한 기초를 다지는 일로서 시대적 당위성이 집약돼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처음에는 전혀 무관한 국민연금과 연계하더니 법인세 인상, 보건복지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이어 이번에는 국회법에서 행정입법 수정권까지 연계했다. 이처럼 별개 법안들을 거래하고 연계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부합했는지를 정치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삼권분립은 입법·행정·사법의 국가권력 간 견제와 균형을 추구한다. 권력의 세 주체 중 어느 누구에게도 절대적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가뜩이나 야합과 무능·무소신 행태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는 국회다. 이런 마당에 행정입법 수정권까지 차지할 경우 마치 어린아이에게 총칼 등 위험한 물건을 맡기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 정도다. 정치권은 이번 사안에 대해 대통령의 거부권이나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등 법원 판결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국회법의 문제 조항을 재개정해야 마땅하다.

[ⓒ 한국미디어네트워크(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