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지 국가까지 나온 일본 재무장 행군

서울경제

알베르트 델 로사리오 필리핀 외무장관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일본 재무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난사군도(南沙群島) 영유권을 둘러싸고 필리핀과 중국이 갈등을 빚어왔지만 필리핀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오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다. 필리핀은 과거 일본의 식민통치를 받아 반일감정의 뿌리가 남아 있는데도 중국의 현실적 위협이 무서워 일본 재무장에 동조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미묘한 기류가 나타나는 근본적 이유는 미중관계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중국과 이에 위기의식을 가진 미국이 정면 대립하는 양상이다. 일본은 이 틈에서 중국 견제와 미일동맹 강화라는 명분으로 재무장의 길을 밟고 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의 외교적 선택을 갈수록 어렵게 만든다.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 차원에서 한미동맹을 기본축으로 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편으로 일본 재무장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고려하더라도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중 간 대립이 격화해 어느 한쪽으로의 선택을 강요 받게 되는 경우 우리나라는 아주 난처해진다. 그래서 미중 평화와 공존이 우리에게는 가장 바람직하다. 그럼에도 주의할 사항이 있다. 미중이 급격히 화해 모드로 전환되는 상황 역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구한말 미일 가쓰라태프트 밀약처럼 주변국가들을 희생시키는 전철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외교의 최종 목표는 강대국들의 갈등구도 속에서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로서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양국이 모두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영향력을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자면 군사력도 증강해야 하고 남북관계도 개선해야 한다. 독자적인 외교역량을 키우기 위해 동남아나 제3세계 외교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폐허에서 세계 8대 무역강국으로 우뚝 섰다. 그런 경제력을 이제는 외교력으로 전환시켜 전세계 개도국과 후진국들의 리더로서 글로벌 발언권을 높여나가야 한다. 그럴 때 우리나라는 동북아 패권다툼에서 국가이익과 안보를 지켜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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