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의 시간'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들

2015. 1. 3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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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 과정,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관련된 비화들, 그리고 자원외교와 4대강 사업 등 회고록 내용에 대해 청와대와 정치권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앞장선 것은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대권주자로 떠오를까 걱정해서라는 취지의 내용에 대해 청와대는 "오해"라고 일축했다.

회고록은 김정일이 5회에 걸쳐 정상회담을 요청했으나 까다로운 조건 탓에 거절한 사연도 담고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 대가로 100억달러를 요구했으며 김양건 북한 통일선전부장이 "(성과 없이) 돌아가면 죽는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대화 노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북측 대화 창구인 김양건의 발언이 공개돼 향후 북측의 협상 태도도 제약을 받을 것이다. 원자바오 전 중국 총리가 김정은정권의 장기 집권은 역사의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한 발언은 북·중 관계를 껄끄럽게 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통일부·외교부 관계자들은 공식 입장은 내지 않으나 내심 큰 부담이라며 불평을 한다.

자원외교는 20~30년 걸리는 사업을 2년 만에 평가하려는 데 서운해하는 대통령의 지적은 옳다. 그런데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승수 전 총리를 컨트롤타워라고 지칭한 부분은 여야 의원들을 자극한 것 같다.

이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 정치권이 무조건 비판하는 자세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전직의 경험을 현직은 벤치마킹할 수도 있다. 전직 대통령 회고록은 현직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하고 국익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이는 회고록 목적이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1978년 닉슨 이후에는 예외 없이 회고록을 내서 현직에게 간접적 도움을 줬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대북·외교 관계 비사(秘史)는 최고 대외비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 대통령 회고록은 웬만하면 수십 년간은 비밀을 지키는 걸 원칙으로 한다.

대통령의 회고록은 역사 기록물로서 극히 객관적이고 자기 반성을 곁들여 서술해야 한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인턴사원과의 스캔들마저 자서전에 포함시켰다. 처칠 전 영국 총리는 6년간 자료조사를 거쳐 회고록 '제2차 세계대전'을 써서 노벨문학상까지 받았다. 국내에서 노태우·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회고록을 낸 바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대통령 회고록 집필 규준이 정립되게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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