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는 최소한 거짓말만이라도 하지 말아야

한국일보 2016. 10. 2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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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개입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일부 시인 이후 잇따라 터져 나온 의혹을 두고 청와대 관련 인사들은 “모른다” “아니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라는 말만 되뇌고 있다. 뚜렷한 증거나 증언이 제시된 의혹에 대해서조차 청와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만 할 뿐 반박 증거나 정황은 거의 제시하지 않고 있다. 나름대로의 증거자료에 근거해 제시된 의혹을 무조건 부인하며 오리발을 내미는 국정 최고기관의 행태는 국민 분노만 키운다.

미르ㆍK스포츠 재단 설립 및 대기업 강제 모금에 간여한 의혹이 짙은 안종범 정책조정 수석은 연일 구체적 개입 정황이 보도되고 있는데도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 수석은 27일 최씨의 또 다른 소유회사인 더블루K 사업에 관여했다는 더블루K 전 대표의 증언에 대해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일축했다. 더블루K 전 대표는 통화사실까지 밝히 는데도 안 수석은 “전화 통화도 한번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안 수석은 최씨가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좌지우지했지만 그를 모른다고 국회에서 버텼다.

연설문 등이 최씨에게 전달된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서도 정호성 청와대부속비서관의 아이디가 확인됐지만 정 비서관은 전달자 역할을 부인하고 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재원 정무수석은 27일 국회에서 “정 비서관은 ‘최씨에게 문건을 전달한 사실도, 이메일을 보낸 사실도 없다’고 답했다”고 전해 의문을 증폭시켰다. 앞서 박 대통령은 연설문 등에 최씨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직접 보냈든, 부속실의 누군가를 시켜서 했든, 실제로 문건을 보낸 사람은 있게 마련이고, 얼마든지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이 누구인지 밝히는 게 상식 인데도 그저 입을 다물고만 있다. 청와대 인사들의 발뺌과 부인을 국민 어느 누구도 제대로 믿지 못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최씨의 태블릿PC에서 명백한 증거가 드러나기 전까지 청와대와 박 대통령은 미르ㆍ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해 “난무하는 비방” “유언비어” “대기업의 자발적 모금”이라 일축했고, 최씨의 대통령 연설문 수정 의혹에 대해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다”는 반응이 고작이었다.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럽다. 최소한 거짓말만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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