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감 증언 막으려 특별감찰관실 직원까지 자르나

한국일보 입력 2016. 9. 28. 20:02 수정 2016. 9. 28.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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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수 특별감찰관의 사표가 수리된 데 이어 특별감찰관보와 6명의 감찰담당관도 해직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혁신처가 27일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특별감찰관 사표가 수리됐으니 출근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0일 특별감찰관실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답변할 사람이 없어졌다.

이들의 일괄 퇴진은 법무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퇴직 요구 근거는 특별감찰관법 시행령(3조4항)의 ‘특별감찰관보와 감찰담당관은 특별감찰관의 임기 만료와 함께 퇴진한다’는 조항이다. 하지만 이 특별감찰관이 2018년 3월까지인 임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직한 것을 ‘임기 만료’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따른다. 이 특별감찰관이 중도 사퇴한 만큼 같은 조항에 명시된‘업무 인수 인계를 위해 필요한 경우 1개월 근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적용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이 시점에서 법무부가 관련 조항을 자의적으로 적용하는 이유는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의혹을 다룰 국정감사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특별감찰관실이 7월 두 재단 모금 과정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내사했다고 알려져, 야당이 국감에서 이를 추궁할 계획이었다. “청와대가 국감 증언을 못하도록 꼼수를 부린다”는 야당의 비아냥이 나올 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특별감찰관의 사표를 지난 23일 전격 수리한 것도 비슷한 논란을 빚었다. 당초 청와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수리할 것”이라고 했으나 안 수석의 개입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른 데다 이 특별감찰관이 “국감에서 떳떳이 밝히겠다”는 뜻을 밝히자 부랴부랴 사표를 수리했다는 관측이 무성하다.

2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감에서는 미르와 K스포츠 재단 모금 과정의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공개한 대기업 고위인사 녹취록에는 “안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서,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기업들에 할당했다”는 내용이 있다. 특별감찰관 의 내사 과정에서 출연기업 관계자들이 모금 이유를 묻자 한숨만 쉬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권력형 비리 의혹의 실체를 파헤쳐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건 국회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라는 게 국정감사 제도다. 온갖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납득할 만한 설명 대신 특별감찰관실의 입을 틀어막는 데 급급한 듯한 모습이 볼썽사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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