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안부 재단 출범, 성실한 합의 이행의 초석 돼야

한국일보 2016. 7. 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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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화해ㆍ치유 재단’이 28일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한일 양국 정부의 ‘12ㆍ28 합의’에 따른 조치다. 일본이 출연키로 한 10억엔(약 107억원)으로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사업을 하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재단 출범으로 양국 합의가 이행 단계에 접어든 데도 불구하고 아직 핵심 쟁점이 분명하게 정리되지 못한 점은 지적해 두고 싶다.

우선 10억엔을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용도 문제다. 12ㆍ28 합의문에 따르면 ‘양국 정부가 협력해서’ 피해자들에 대한 사업을 하도록 돼 있다. 한일 간 사업 내용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고, 심지어 일본 측에서 합의 취지와 동떨어진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측이 피해자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미래지향적 차원에서 일본어를 배우는 한국 유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도 써야 한다는 입장을 우리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측근이 “출연금의 용도가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면 돈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합의의 기본정신이 일본 정부의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보상인 만큼 자금 용도를 다른 곳으로 확대하는 것은 일본의 물타기 의도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일본 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런저런 얘기가 끊이지 않은 상태다. 합의 이후 7개월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기금 출연 이후 한국이 ‘소녀상을 이전하지 않겠다’고 말할지 모른다”는 등의 언급이 아베 총리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개탄스럽다.

12ㆍ28 합의가 대승적 차원에서 이뤄진 만큼 그 취지를 제대로 살려 나가는 게 피해자들에 대한 도리다. 정부가 중심을 잡고 일본 정부에는 단호한 입장을 전하는 한편, 피해자들에게는 성심성의를 다하는 설득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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