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운호 로비' 檢 연루 수사에 김수남 총장 자리 걸라

한국일보 입력 2016. 5. 3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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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구명 로비 사건에서 검찰의 연루 정황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가 정 대표로부터 검찰 로비 명목으로 3억 원을 받아간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홍 변호사가 특정 검찰관계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아갔다고 정 대표가 진술했다”고 밝혔다. 홍 변호사가 검찰 고위관계자와의 친분을 언급했다고도 한다. 이 검찰 고위관계자가 누구인지, 실제 청탁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게 앞으로의 검찰 과제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도박 사건으로 구속되기 전인 2013년과 2014년에도 수백억 원대 다른 도박사건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변호를 맡은 이가 바로 홍 변호사다. 검찰은 또 지난해 정 대표를 도박 혐의로 구속하면서 “개인 돈으로 도박했다”는 정 대표의 진술에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도박 자금 출처를 조사해 회사 돈으로 확인되면 횡령 혐의를 적용하는 게 수사의 기본인데 이를 무시했다. 그랬던 검찰이 다시 수사해보니 140억 원이 넘는 횡령 혐의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러니 지난해 검찰 수사가 ‘봐주기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홍 변호사가 공언한 검찰 청탁이 진행됐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난 27일 구속 기소된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로비도 검찰 단계에서는 먹혀 든 정황이 나오고 있다. 최 변호사는 2심 변호사로 선임된 직후인 지난 1월 정 대표 도박 사건을 수사한 강력부 부장검사와 공판부 부장검사를 만나 “보석에 반대하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그 후 검찰은 정 대표 측 보석 요청에 “재판부가 알아서 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고, 항소심 구형도 1심보다 6개월을 낮췄다. 1심의 실형 1년 선고가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한 점에 비춰 상식 밖이다. 두 부장검사가 최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분이 있었다는 점에서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다.

조직 내부의 썩어빠진 적폐를 과감히 도려내지 않으면 검찰이 바로 설 수 없다. 결국 김수남 검찰총장이 자리를 걸고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고 밝혀내야 한다. 만약 전관과 현직의 고리를 끊을 각오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특검 수사를 요청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 전 국민이 검찰을 주시하고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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