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드 배치 논의, 적어도 '속도전'만은 피해야

한국일보 2016. 2. 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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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ㆍ미 양국은 조만간 공동실무단을 구성해 사드 배치 시기와 장소 등 세부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는 이미 의사합치가 있었고, 앞으로 구체적 사항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군 안팎에서는 양국이 지난해 비밀채널을 통해 실무협의를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사드 배치에 공감대가 형성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드는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다’는 ‘3노(NO)’자세는 국내용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따르고도 남는다. 아무리 민감한 안보 사안이더라도 국민에게 일언반구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몰아붙이듯 해서는 후유증이 크게 마련이다.

그 동안의 정부 태도에 비추어 앞으로의 진행 과정도 우려할 수밖에 없다. 특히 실무협의에서 논의될 부지 선정과 비용 부담 문제야말로 국민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됐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벌써부터 정부 내에서 “중국의 반발이 거세 실무 협상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면 졸속 추진 우려는 더욱 커진다.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큰 문제다. 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에 비춰 사드 배치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되, 한국은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는 형식이 예상된다. 그러나 미군의 전략 무기가 들어오는 만큼 방위비 분담금 인상 협상을 통한 추가 부담 압박이 커지리란 관측이 꼬리를 문다. 남한 전역을 방어하는 데 필요한 사드 2개 포대를 배치하려면 최소 3조원이 들고, 유지 비용도 그에 못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기왕의 천문학적 군사비 지출로 추가 부담 여력이 없고,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의회가 사드 배치 예산을 승인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가 사드 배치를 서두를수록 더 많은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 부지 선정 문제도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사드 레이더가 쏘아대는 강한 전자파가 주변 지역 주민들에 건강ㆍ환경 손해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미군기지가 아닌 제3의 장소에 설치될 수 있다고 하나 따로 미군기지를 만들어야 한다.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서는 토지 수용과 이주 등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만 키울 뿐이다. 일본의 경우 사드 레이더 설치 방침이 정해진 뒤 실제 가동까지만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일본 정부는 여러 차례 주민설명회를 열었고, 지자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설득에 애썼다. 정부는 미국의 채근에 못 이겨 배치를 서두를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신중한 외교적 접근과 함께 추진 과정에서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종합적 고려가 한결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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