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날의 칼 위안화 SDR 편입, 파급효과 철저 대비를

한국일보 2015. 12. 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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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날의 칼 위안화 SDR 편입, 파급효과 철저 대비를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통화 바스켓에 편입된다. 미국 달러화와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에 이어 5번째다. 편입 시점은 내년 10월 1일부터이며 SDR 편입 비율은 10.92%로 정해졌다. 이는 달러화(41.73%) 유로화(30.93%)에 이어 3번째 규모로, 엔화(8.33%) 파운드화(8.09%)보다도 높다. SDR은 IMF 회원국들이 외환위기 등에 처할 때 담보 없이 자국이 보유한 규모만큼 바스켓 안에 있는 달러화 파운드화 등의 통화를 인출할 권리이며, SDR 편입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위안화가 안심하고 통용될 수 있음을 IMF에게 인증 받는 것이다. IMF의 이번 결정은 “1980년 이래 IMF 최대의 변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980년 SDR 편입 통화가 16개에서 지금처럼 줄어든 이후 IMF 최대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안화가 SDR에 편입됐다고 기축통화(key currency)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축통화 발행국은 고도로 발달한 외환시장과 금융ㆍ자본시장을 가져야 하고, 대외거래에 대한 규제도 없어야 한다. 한때 파운드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달러화로 대체됐다. 위안화는 국제적인 신인도와 사용도 측면에서 달러화의 지위를 넘볼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력과 무역규모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달러화 패권을 위협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교역량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가 됐다. 전 세계 무역규모의 11%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결제 비중도 올해 8월 기준 2.79%로, 처음으로 엔화(2.76%)를 앞섰다. 물론 달러화(44.82%)나 유로화(27.20) 등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성공적으로 발족시키는 등 금융부문에서 저력을 보여준 중국은 위안화의 SDR 편입으로 국제금융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임은 틀림없다.

위안화의 부상은 우리에게 양날의 칼이다. 지난해 원ㆍ위안화 직거래시장이 개설됐고,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된 상황이라 조만간 양국간 통화거래가 급증할 전망이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볼 때 무역ㆍ금융결제 시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직거래를 늘릴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또 외환보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면 갑작스런 외화 부족사태가 오더라도 여유를 갖고 대처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반면 위안화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우리 쪽으로 향하던 투자가 중국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국 경제와 동조화 현상이 커지면 우리 경제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나 개별기업은 위안화의 SDR 편입이 어떤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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