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 집회 대응, 평화 집회 유도에 중점 둬야

한국일보 2015. 12. 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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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대로라면 이번 주말 서울 도심은 또 아수라장이 될 게 자명하다. 경찰은 ‘2차 민중총궐기 대회’개최를 금지한 데 이어 대회 참가자 전원을 검거키로 했다. 반면 대회 주최 측은 평화적 진행을 전제로 집회를 강행할 태세다. 어느 쪽이 도화선이 되든 양측 간 충돌로 과격 시위, 과잉 진압이 뒤엉키는 폭력적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이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경찰과 주최 측 간 대화와 타협의 노력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무엇보다 정부와 경찰의 강경 일변도 자세가 문제다. 법을 집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공권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도전에는 단호히 대처하는 것이 맞다. 11ㆍ14 1차 대회 당시 폭력 시위 가담자 7명을 구속하는 등 413명을 수사 중인 것은 그런 차원에서 타당한 조치다. 그러나 12ㆍ5 2차 대회에 대한 경찰 대응은 과잉의 소지가 다분하다. 복면을 쓴 폭력 시위자에 대해서는 색소 물대포를 쏜 뒤 직업 경찰관들로 구성된 기동대를 투입해 현장에서 검거한다는 계획이 무엇보다 그렇다. 검거 전담 기동대의 투입은 방어에 치중했던 시위 대응 방식을 공격적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은 폭력 시위자를 일반 시위대와 분리해 검거한다지만 집회 현장에서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다. 오히려 기동대 투입이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해 더 큰 충돌과 예기치 못한 상호 인명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구나 경찰은 집회에 참가만 해도 채증을 통해 사후 전원 검거하겠고 한다. 일반 시민들까지 집회ㆍ시위 가담자로 상정하고 대응하려는 것이다. 이는 과잉을 넘어 경찰이 무고한 시민까지 검거하고 구금하는 구시대적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 이런 식의 대응은 과격 시위, 과잉 진압의 악순환만 키울 뿐이다.

현 상황에서는 헌법이 정한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해서라도 평화적 집회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급선무다. 마침 불교 개신교 원불교 천도교 등 종교계가 12ㆍ5 대회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사람벽’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민노총과 진보 진영에서도 평화적 집회 개최를 강조하고 다짐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와 경찰은 평화적 집회 개최를 위한 주최 측의 계획과 준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미비한 점이 있다면 지도해서 대회가 원만히 진행되고 끝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교계의 사람벽과 주최 측의 질서 유지팀이 대회 참가자들에게 폴리스라인을 준수하도록 하고, 비무장 경찰관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유도한다면 집회는 얼마든지 평화적으로 개최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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