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저(低)성과자 퇴출, 내실이 관건이다

한국일보 2015. 10. 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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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 퇴출제 강화를 통한 공직ㆍ공공부문의 ‘철밥통 깨기’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이어,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노사정 합의에 따른 2차 공공개혁인 셈이다. 먼저 인사혁신처가 움직였다. 지난주 발표한 ‘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 강화 방안’이 그것이다. 우선 고위공무원단(1~2급)에 대해 업무평가 성적이 저조하면 직권면직하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자 기획재정부는 어제 공공기관 저성과자 퇴출제를 강화하기 위해 저성과자의 기준과 대상을 정한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내놓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 공무원 퇴출제는 이미 2006년 도입, 운영돼온 제도다. 당시 정부는 고위공무원 제도를 도입하며 성과 등에 따른 적격심사 제도를 함께 시행키로 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 10년 간 퇴출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부처 내부평가a적격 심사a처분 등 3단계 심사 중 1단계인 내부평가에서부터 온정주의 등이 작용해 적격심사 대상인 ‘매우 미흡’ 등을 받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관련 규정엔 부처 내 10% 공무원에게 ‘미흡’ 또는 ‘매우 미흡’ 평가를 줘야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일단 적격 심사를 피할 수 있는 ‘미흡’ 평가를 주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맹점을 없애기 위해 인사혁신처가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평가 기준을 부처에 맡겼던 기존과 달리, 최하위 등급의 요건을 아예 명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예산 낭비 등 정책 실패, 업무 태도나 자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 금품ㆍ향응 수수 등 개인비위 행위 등에 걸리면 내년부터 최하위 등급을 줘야 한다. 기재부가 연내에 마련할 공공기관 임직원 저성과자의 기준과 대상 역시 우선은 공무원에 준하는 수준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내년 총선 등 민감한 정치 일정에도 불구하고 공직ㆍ공공부문의 ‘철밥통 깨기’ 개혁을 천명한 건 일단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개혁의 성패는 역시 저성과자 퇴출제를 현실적으로 얼마나 관철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당장 이번에 나온 공무원 성과 최하위 등급 요건만 해도 개인비위 외에 정책 실패나 업무 태도 등에 대한 평가는 매우 애매해 또 다른 평가 유보행태가 만연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인사혁신처는 감사를 통해 업무평가 과정을 모니터링 하는 등 감독 강화를 대책으로 내놨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무엇보다 이번에 내놓은 평가기준에서 더 나아가 공직이나 공공기관 현장에서 공감할 만한 보다 세부적이고 명확한 준거를 가다듬는 게 필요하다. 모처럼 의욕을 내보인 공직ㆍ공공기관의 저성과자 퇴출제가 또 다시 ‘무늬만 개혁’으로 흐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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