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마 학교라 할 수 없는 충암중·고 급식비리

한국일보 입력 2015. 10. 5.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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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실이라면 차마 학교라고도 부를 수 없는 곳이다. 학교법인과 교직원들은 학생들이 저질 기름으로 범벅이 된 음식을 먹든 말든 제 뱃속 챙기기에 바빴다. 그러고도 “급식비 내지 않으면 밥 먹지 말라”는 막말로 아이들 영혼에 깊은 상처를 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에 따르면 충암중ㆍ고는 급식비리에 모든 수법을 동원했다. 실제 학교 조리실 근무자들이 하는 급식 배송업무를 마치 용역업체 직원에게 맡긴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이들에 대한 퇴직적립금, 4대 보험료를 납부한 것처럼 속인 뒤 횡령했다. 납품 받은 쌀 김치 식용유 종이컵 수세미 등 식자재 및 소모품 비용을 과다 청구해 빼돌리기도 했다. 식용유 10통이 들어오면 4통을 빼돌린 뒤 나머지 6통 기름이 새까매질 때까지 반복 사용했다. 이렇게 횡령한 돈이 4억1,000여만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섭취한 음식이 어땠을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충암고의 한 현직 교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항상 튀김 반찬이 많았는데, 만두 튀김은 검은 가루들이 많이 묻어 나왔다”며 “밥과 반찬의 양이 항상 부족해 학생들이 음식을 구하려고 뛰어다녔고, 배식 끝 무렵에는 기다리던 아이들이 못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기름을 재탕 삼탕해 사용하니 그을음이 묻어 나오고, 식자재를 빼돌리니 늘 양이 부족했던 것이다.

충암중ㆍ고 비리는 고질적이다. 2011년 공사비 횡령, 회계 부정 등을 저질러 4억7,000여만원의 회수ㆍ보전, 교직원 29명 징계 명령을 받았다. 1999년, 2000년에는 학교법인 이사장의 정부 지원금 3억5,000만원 횡령 비리가 적발됐다. 낡은 학교시설 보수에 써야 할 예산을 가로채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아이들은 늘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이런 학교가 어떻게 존속할 수 있었는지 기가 막히다. 아이들의 신체와 정신을 멍들게 한 이들이 학생, 학부모 앞에서 교육자입네 한 걸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차라리 시교육청의 감사가 잘못됐다며 관련자들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반박을 믿고 싶은 심정이다.

충암중ㆍ고 급식비리의 1차 책임은 학교지만 관리ㆍ감독권을 가진 교육 당국의 책임도 크다. 아이들이 피해를 입고 학부모의 원성이 극에 달해야만 관심을 보이는 교육당국의 더딘 움직임과 소극적이고도 형식적인 일 처리, 허술한 관리감독이 사태를 키운 것이다. 차제에 당국은 충암중ㆍ고처럼 상습 비리를 저지르는 학교에 대해선 학생 인권과 학습권 보호 차원에서 과감히 폐교 처리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전체 사립학교의 급식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도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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