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관 구성 다양화 방안 대법원이 먼저 제시를

한국일보 2015. 8. 28.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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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보수 성향에 편중돼 있는 현 대법원 체제가 향후 8년간 유지될 것이라는 보도(본보 28일자 1ㆍ3면)는 대법관 구성 획일화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운다. 이 문제는 1차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차기 대법원장을 임명하게 되는 것과 연결돼 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 임기상 차기 대통령은 재임 중 대법원장을 지명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다시 보수적 대법원장에 의해 동일 성향의 대법관 위주로 대법원이 줄곧 일방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현 대법관 후보 추천 및 임명 절차가 대법원장 1인의 성향과 의중이 절대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도로 정권의 이념적 성향, 그게 보수든 진보든 대법관 구성이 유사한 배경과 특정 성향에 치우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 변화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과 가치관을 폭넓게 수렴ㆍ반영하여 균형 있는 판결을 해야 하는 대법원의 엄중한 역할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관한 대법원 규칙 7조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추천위에 임명제청 대상 후보를 직접 천거할 수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문제다. 추천위원들은 대법원장 의중이 반영된 후보를 최우선으로 심사하므로 나머지 후보는 들러리가 된다. 추천위원 10명 중 6명이 현직 판사이거나 대법원장이 위촉한 외부 인사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대법관 후보는 대법원장 뜻대로 결정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대법관들이 동일 성향 인사들로 채워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헌법이 부여한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후보 추천 및 토론, 결정 단계에 강력하고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구조가 허물어지지 않는 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실현되기 어렵다.

이를 개선하려면 거수기에 불과한 추천위의 실질화가 긴요하다. 그 점에서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정안은 추천위원에서 선임 대법관과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을 제외했다. 이들이 대법원장 의견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추천후보 의결 기준을 재적위원 과반 이상에서 3분의 2 이상으로 강화하고 후보자 천거 및 심사대상자 제시 과정을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정도만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이루기 어렵다. 좀 더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대법관수를 늘리거나 대법관 정원의 일정 비율을 법관 경력 없는 법조인이나 변호사 자격이 있는 학자 등에게 할당하도록 하는 방법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도 상고법원 추진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대법관 구성 다양화 보장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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