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이번엔 포격도발, 단호하되 냉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한국일보 입력 2015. 8. 20. 20:39 수정 2015. 8. 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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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오후 서부전선에서 두 차례에 걸쳐 남측을 향해 고사총과 직사포로 추정되는 포격을 가했다. 4일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에 이은 노골적 포격 도발이다. 우리 군은 즉각 대응 포격을 가했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북측 포탄이 군부대나 민간인 거주지역이 아닌 야산에 떨어져 우리측의 인적 물적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언제든 대규모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엄중한 상황임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북측은 포격 도발 후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우리 국방부 앞으로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을 보내 48시간 이내(20일 오후 5시 기준) 확성기 방송 중단과 시설 전면철수를 요구했다. 이날 포격 도발이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겨냥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나아가 북측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모종의 군사 공격을 확대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 없다.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도발 계기로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이래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돼 왔다. 북한군 전선사령부는 15일 공개경고장을 통해 우리측 대북 방송 중단과 시설 철거를 요구하며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차별적인 타격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했다. 엊그제부터는 우리 군의 확성기 타격을 위한 포격 훈련을 강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측은 공개 경고 5일 만에 이날 포격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저녁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상임위를 긴급 소집해 직접 주재하고 군에 만반의 대비태세 유지를 주문했다. 북 도발에 단호히 대응할 것도 지시했다. 대북심리전 방송을 자신들의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라고 보는 북측의 강경 자세로 미뤄 사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현재 상황에 지혜롭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위협한다고 해서 얼마 전 재개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바로 중단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남북간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엄중한 상황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격변 속에 남북이 소모적 대결로 국력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 북측도 이날 오후 김양건 노동당 비서 명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 앞으로 보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진의를 더 파악해야겠지만 최선의 출구를 찾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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