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중한 인식·처신 아쉬웠던 여당 대표의 방미

한국일보 2015. 7. 3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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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8일간의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지만 전체적으로 애쓴 만큼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방미 중 여권 내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비전과 정책 구상을 보여주지는 못한 채 서툴고 민망한 언행들이 유독 눈에 띄었던 때문이다. 도리어 일각에서 자질 논란까지 나오는 걸 보면 득보다는 실이 커 보인다.

대표적 사례가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고 말한 대목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동맹임을 강조하는 맥락이었지만 외교적으로는 대놓고 할 얘기가 아니다. 미중 간 미묘한 균형을 통해 국익을 취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중국보다"라고 말할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인수위 시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고, 지난해 여당 대표로서 방중했을 때는 시진핑 주석에게 "중국이 세계 중심국가로 발전하길 기원한다"고 했던 그다.

연장선상에서 한일관계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때에 일본의 일반국민들이 아주 싫어하는 대미'고자질 외교'를 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 전반적으로 한반도 지정학적 역학을 염두에 둔 외교마인드가 크게 결여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래선 국가의 미래를 맡길만한 재목이란 신뢰감을 안팎으로 주기 어렵다.

적절치 못한 행적은 그뿐이 아니다. 김 대표는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간담회에서 큰절을 올린 데 이어 웰링턴 국립묘지에선 월턴 워커 초대 미8군사령관 묘에 엎드려 재배했다. 묘비의 새똥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아이고 장군님 감사합니다"를 연발하기도 했다. 우리 식의 감사 표현이었다지만 민망하고 자존심 상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확실히 '과공비례(過恭非禮)' 지적이 나올 만 했다. 국내 보수층 정서를 염두에 뒀겠으나 성숙한 대미관계를 지향하는 지금에선 보수의 시각으로도 지나쳤다.

김 대표는 정작 미국 조야에 차기 대선주자로서 비전과 구상은 보여주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2009년 스탠포드대학 연설을 통해 대북정책 구상을 비롯한 집권 비전을 제시해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번에 우드로 윌슨센터 강연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전략적 인내를 뛰어넘는 창의적 해법"을 강조하긴 했지만 내용은 없었다. 역점을 뒀던 존 케리 국무장관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역량과 준비 부족일 터이다. 정당외교를 통해 한미관계를 돈독히 하고, 차기 주자로서의 위상을 굳히겠다는 목표와는 크게 멀었다. 집권당 대표로서,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정치적 무게감에 걸맞은 진중한 처신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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