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중급유기 선정, 공정한 무기도입 전범 삼을 만

한국일보 2015. 7. 1.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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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급유기 도입 기종으로 유럽 에어버스사의 A330 MRTT가 선정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대형무기 도입 사업에서 유럽제가 선택된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미국 보잉사의 KC-46A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유럽제가 낙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정이 앞으로 한국 무기시장이 다변화되는 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공중급유기 사업은 2019년까지 1조4,881억 원을 들여 4대를 도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2013년 말 한국방공식별구역이 이어도 상공까지 확장된 이후 영공ㆍ영해 수호에 필수적인 전략무기로 떠올랐다. 그런 만큼 작전요구에 맞는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이번 평가는 그런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인 셈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공동 개발한 A330 MRTT는 유럽과 중동 10여 개국에 실전 배치했거나 도입계약을 체결한 검증된 기종이다. 반면 KC-46A는 아직 개발 중인데다 기체가 작아 급유능력이 떨어진다. 유로화의 가치가 최근 급락하면서 가격 측면에서 유리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A330 MRTT 선정은 종합적 평가에서 우위를 보인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정부의 대형무기 도입 사업은 그 동안 사실상 미국의 독무대였다. 한미연합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꾀한다는 명분의 '상호운용성' 논리가 늘 미국산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애초 평가 항목에 없던 한미동맹이라는 고려 요소를 나중에 끼워 넣는 관행이 일반화됐다. 성능과 가격은 뒷전이었고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2000년 초반 차기전투기(F-X) 1차 사업 당시 기종평가에서 프랑스 다소의 라팔이 1등을 했으나 최종평가에서 미국 보잉사의 F-15K가 낙점된 게 대표적인 예다. 국제적인 논란으로 비화하면서 외압 의혹이 불거져 공군 핵심관계자가 구속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공중급유기 도입에서 공정한 결정이 가능했던 것은 최근의 방산비리 수사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정은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 결정되는 대형 무기도입 사업이어서 군 안팎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서 한미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기류가 있었지만 원칙대로 평가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어느 회사에서도 로비를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공중급유기 기종 선정 과정은 향후 무기도입 사업의 전범이 될만하다. 가격과 성능을 무시하고 오직 한미동맹이라는 이유만으로 미국 내 업체끼리 경쟁하다시피 해왔던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평가 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바닥까지 추락한 군에 대한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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