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퇴진 논란'에도 공적 논의의 장은 지켜야

한국일보 2015. 7. 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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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의 퇴진 압박에 무언(無言)의 시위로 맞서는 듯한 형국이다. 그는 1일 최고위원ㆍ중진 연석회의에서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추경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히는 등 여당 원내사령탑으로서의 역할에 여전한 의욕을 보였다.

김무성 대표의 어정쩡한 태도와 함께, 청와대와 친박의 속이 탈 만하다. 2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운영위원회 연기가 한 예다. 청와대 업무보고가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불분명한 이유로 연기됐다. 김 대표는 "내가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고, 유 원내대표는 야당과의 합의 불발을 이유로 들었을 뿐 구체적 설명을 피했다.

다만 김 대표가 "몰라서 묻느냐"고 반문했듯, 짚이는 데는 있다. 유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그와 이병기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이 함께 있는 자리라면, 야당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물론이고 눈앞의 당ㆍ청 갈등 등을 거칠게 몰아붙일 수 있다. 퇴진 논란의 당사자인 유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상임위라서 당ㆍ청, 특히 청와대의 불편한 마음은 더할 수밖에 없다. 갈등의 증폭ㆍ폭발 우려라면, 우선 피하며 시간을 버는 게 여당 지도부로서는 상책일 수 있다.

이런 자세는 유 원내대표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총액 15조원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과 관련한 1일의 당정협의에 불참했다.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주재하는 자리라지만, 원내대책협의가 핵심 관심사인 회의라는 점에서 대단히 이례적이다. 정부 내 '친박'의 대표 격인 최경환 부총리와의 대면이 불편하다는 뜻일 듯싶다.

두 가지 예는 불안한 당ㆍ청 관계라는 여권 내부 문제를 중심으로 보면, 당사자들의 정치적 배려와 지혜가 읽힌다. 그러나 여야, 나아가 국회와 정부 관계의 전체로 눈길을 넓히면 어색하고 불합리한 모습으로 바뀐다. 공사(公私)의 혼동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당정협의나 의사 일정은 개인적 불편과는 무관하다는 점에서 어느 쪽이든 담대하게 임할 수 있어야 했다.

거부권 정국에 대한 야당의 비판은 언제든 겪어야 할 일이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가 속마음과 무관하게 일단 국회법 개정안의 재의 일정에 합의했듯, 최소한의 형식요건에는 따라야 했다. 원내대표나 국회 운영위원장으로서의 유승민과 자연인 유승민을 억지로라도 떼어보아 마땅했다. 친박계 서청원ㆍ이정현 최고위원의 연석회의 불참이 엉뚱해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름대로의 압박용 정치행위이겠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공적 논의의 절차를 지키는 것이 어른스러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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