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괴담까지 가세해 국민공포 키우는 메르스 사태

한국일보 2015. 5.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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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환자가 이틀 새 2명이 추가로 발생, 9명으로 늘었다. 비(非)중동 국가로는 최다 환자다. 중동을 여행한 70대 남성 A가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거의 매일 한 명꼴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추가 감염자 중 한 명은 A의 진료에 참여했던 의료진으로, 1차 검사에서 음성이었으나 재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감염자는 A와 10m 이상 떨어진 병동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전히 접촉으로만 전염이 가능하다는 보건 당국의 강변에 대한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당국이 관리하는 격리 관찰자도 하루 새 42명이 늘어 120명을 넘어섰다. 메르스 환자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정부의 통제권을 넘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번지는 등, 설마 하던 '메르스 공포'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 확인되지 않은 괴담도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모 병원 집중치료시설(ICU)이 폐쇄됐다"거나 "모 병원에서는 의료진까지 감염되고 줄줄이 의심환자가 나오고 있다"는 미확인 글이 여과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병원들이 지목되면서 해당 병원들이 곤혹을 치르고 있다. 메르스 의심환자 중 한 명은 당국에 신고 없이 중국을 방문, 1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와 함께 항공기에 탑승한 160여명을 비롯, 200여명이 추적 조사를 받고 있다. 과거 메르스와 유사한 사스로 700여명의 사망자를 낸 경험이 있는 중국과 홍콩은 추가 감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허술한 방역 체계가 국제적인 민폐를 끼치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보건 당국이 어제 뒤늦게 발표한 대응책을 보면 기가 막힌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철저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만전을 기하라는 뜻이지만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이 이미 감염 위기에 노출된 상황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인식이다. 일반 국민에게 낙타와 접촉하지 말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는가 하면, 감염병 환자와 접촉해 감염 우려가 있는 사람이 자신의 집이나 관리시설에서 입원 치료를 거부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번 사태는 메르스가 치사율이 40%로 높고 치료약도 없지만, 오로지 전염성이 낮다는 이유로 당국이 초기 대응에 소홀히 한데서 기인했음을 재차 강조한다. 초기 여야 정치권이 요구한 감염 의심자 자진격리 및 검진을 거절하지 않았더라도 이런 사태로까지는 번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부터라도 메르스의 변종발생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혼신의 힘으로 국민보호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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