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 대북지원 확대, 대북정책 전환 계기다

한국일보 2015. 5. 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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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민간차원의 남북교류와 대북지원을 폭넓게 허용키로 해 꽉 막힌 남북 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정부는 1일 5ㆍ24 조치 이후 사실상 금지했던 지자체의 남북교류 사업과 인도적 지원을 대폭 허용했다. 이에 따라 스포츠 문화 역사 등의 분야에서 민간교류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이 늘고, 광복 70주년을 맞아 당국 차원에서 추진하는 남북공동사업 구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어제는 6ㆍ15 공동선언 발표 15주년 공동행사를 위한 남북 사전접촉을 5년 만에 처음 승인했다.

그 동안 남북관계는 대북전단 살포, 한미군사훈련, 북한인권, 개성공단 임금문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색국면을 면치 못했다. 민간차원이긴 하지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남북교류에 나선 것은 광복 70주년을 맞는 올해 남북관계의 상징성과 최근 한반도를 둘러싸고 미묘하게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6ㆍ15 남북공동행사와 이희호 여사의 방북 등 남북관계를 전환시킬 대형 이벤트들이 예정돼 있어 남북개선의 분위기가 최근 어느 때보다 무르익고 있는 상태다.

관건은 이런 흐름을 당국간 대화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남북 민간교류가 기대감만 키웠다가 예상치 못한 정치적 변수로 인해 단발성으로 끝나고 긴장과 대립으로 돌아섰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 여건은 좋지 않다. 예상됐던 김정은 북한 제1위원장의 러시아 전승기념 행사 참석이 막판에 불발되면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이 가중되고 있다.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으로 냉각된 중국과의 관계는 여전히 개선될 기미가 없다. 서방의 경제제재에 시달리는 북한이 중국 러시아 등 전통 우방과도 우호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제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새로 완공된 위성관제지휘소를 시찰한 김정은 위원장이 인공위성을 계속 발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이 미국 독립기념일과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 있는 7월이나 10월 중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외부로의 출구는 막히고 제재는 계속되는 상황에서 김정은이 체제결속과 협상력 제고 등 다목적 차원에서 안보리 결의 위반인 로켓 발사로 긴장국면을 조성하려 들 여지는 충분하다. 북한은 한미훈련이 끝난 지금도 남북대화를 완강히 거부하면서 오히려 우리를 배제한 채 미국과 직접대화를 시도하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자세마저 보이고 있다.

북한이 안으로 움츠러들수록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은 막중해진다. 한반도에서 미일의 군사적 압박구도가 거세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보다 적극적이고 전략적인 대북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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