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수축협조합장 선거 이권 좇아 비리투성이

한국일보 2015. 1. 30.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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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이 오는 3월 11일 전국 첫 동시 농수축협 1,328개 조합장선거와 관련해 돈 선거 척결과 공명선거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대국민담화문을 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과거부터 이어져온 조합장 선거의 불합리한 관행과 부조리를 타파하는 계기가 돼 공명선거로 바로 서는 원년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담화가 무색하게도 이미 조합장 선거와 관련한 부정행위로 전과자는 물론 과태료 폭탄이 예고된 조합원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 논산의 한 마을에서는 성인인구 3,800명 가운데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 조합원만 150여명에 달해 지역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1인당 20만~1,000만원으로 기소가 되면 최고 50배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런 사정으로 과태료 면제를 조건으로 한 선관위의 자수 권고 방송에 돈을 받은 이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한 주민은 "그 동안 가슴이 떨려 일도 못 하고, 잠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고 하니 '주민 잡는 선거'나 다름없다. 금품ㆍ향응 제공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입후보자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과태료 폭탄에 불면의 밤을 보낼 이들이 전국에 숱할 것이다. 경기지역에서는 축협 입후보 예정자로부터 4만4,000원짜리 식사를 대접받은 조합원 4명은 각각 132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2월 26일)이 아직 많이 남은 시점에서 금품수수, 향응제공뿐만 아니라 불출마를 조건으로 한 후보자 매수행위나 사전선거운동 등 불법선거운동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선관위 집계로는 벌써 전국적으로 167건의 선거부정행위가 적발됐다고 하니 이만저만한 혼탁과 과열이 아니다.

이런 일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2010년 전남 신안군 임자도 농협조합장 선거에서는 입후보자 5명 전원이 금품을 뿌려 3,000여명의 주민 중 3분의 1이 조사를 받아 쑥대밭이 됐다. 금품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2005년 자체 선거를 선관위 위탁선거로 법을 바꿨고, 이번에는 전국 동시선거까지 실시해도 이 지경이라면 당국이 형식적인 홍보나 처벌 위주의 관성적인 단속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다.

금품선거가 결국 조합장의 과도한 권한과 특혜에 기인한 까닭이라면 선거범죄 유인 요소를 해소할 필요도 있겠다. 억대 연봉에 판공비, 업무추진비가 별도로 나오는 조합이 적지 않고 여기에 예금대출과 금리 결정, 농산물 판매, 직원 임면권까지 있는 지역사회 황제급 자리라면 유혹에 빠지는 게 당연한 일일 수도 있겠다. 당국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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