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2월 10일] 정부조직개편이 득표전략 돼선 안돼

한국일보

대선을 앞두고 관가가 술렁거리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른 개인적 이해관계 차원을 넘어 부처 전체의 사활이 걸린 정부 조직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부처는 이미 올해 초부터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는 등 차기 정부의 조직개편에 대비하고 있다. 폐지가 거론되는 한 부처는 관련 TF팀을 4개나 가동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학계와 각종 이익단체들도 소관 부처의 신설ㆍ통폐합 여부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고 한다.

대선 후보들은 이미 대폭적인 정부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해양수산부 부활, 기회균등위원회 신설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과학기술부ㆍ해양수산부ㆍ정보통신부 부활과 중소기업청의 부 승격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민주화와 일자리, 복지를 챙긴다는 명분으로 하나같이 '큰 정부'를 지향하고 나선 것이다. 누가 되든 다음 정부에서는 몇 개 부처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행정의 수반인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철학을 반영하고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과거 정부 조직개편이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이유로 이뤄지면서 뒤죽박죽 됐다는 비판을 고려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일정 부분의 개편은 불가피하기도 하다. 문제는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개편안이 얼마나 깊은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 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즉흥적이고 졸속으로 진행된 조직개편은 효율성 저하와 대국민서비스 부실로 이어지고 결국은 국민들에게 그 피해가 돌아간다. 10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끝에 2001년 1부22성청(省廳)을 1부12성청으로 축소한 일본이나, 수십 년간 정권이 바뀌어도 신설 부처가 거의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미국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형식적 조직개편보다는 실질적 운용방식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정부 조직개편은 대선 이후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자세로 신중히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논리와 부처 이기주의 등을 배제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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